하반기 경기회복 불씨 살리려면 추가 금리인하 불가피
美 금리인상 가능성,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걸림돌

▲ 점차 확산되는 암울한 경기전망 속에 올 하반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정작 금리인하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가계부채 폭증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점차 확산되는 암울한 경기전망 속에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고삐 풀린 듯 급증세를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올 하반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선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고 있는 데다 한은의 금리인하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가계부채 폭증으로 이어지면서 섣불리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한 금액) 잔액은 125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223조7000억원)보다 2.7%(33조6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최근 2년 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하하면서 가계부채는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2~4분기에 3개 분기 연속으로 30조원대 증가세를 이어갔고, 올해 1~2월에는 정부가 도입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월 증가액이 2조원대로 줄었지만 3월부터 다시 증가폭이 커져 4월 5조2000억원, 5월 6조7000억원 늘었다. 

작년과 비교해 잦아드는 듯 했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한은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전격 인하하면서 다시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비수기인 7월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이나 급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올해 들어 급증세를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재개되면 급증한 가계부채가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거나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해 경기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대내외 충격에 따른 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며 "최근의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뒤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이 예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이 가시화하고 중국 등 신흥국이나 유로존 경제가 다시 흔들리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확산한다면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 간 협상 난항으로 인해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내 수출·내수 등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상황도 한은에게는 고민거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출액은 410억45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2% 감소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산차의 내수 판매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의 영향으로 12.1% 줄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이 오는 10월께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 바클레이즈는 한은이 오는 10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고, 노무라는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내년 3월에도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등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다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한국경제에 소비절벽의 우려가 커지면서 올 하반기 금리인하 전망은 꺼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인식되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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