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개별협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추진
금융노조 "금융공기업 전철 밟을 수도…강력 저지"

▲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 중인 시중은행들이 금융노조의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일괄 탈퇴하고 노조와의 개별협상으로 방향키를 틀면서 그동안 공회전을 거듭해온 노사간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 중인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금융노조의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금융노조와의 협상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는 산별교섭으로는 연내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각 은행들은 조만간 노조와의 개별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그동안 공회전을 거듭해온 노사간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29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씨티·SC제일·농협·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4개 시중은행장들은 지난 26일 사용자협의회 대표자 회의를 갖고 사용자협의회를 일괄탈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와 협상해야 하는데,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현 상태에서는 성과연봉제 등 시급한 현안들을 연말까지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회원사들은 현재와 같은 산별교섭을 통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한계가 있어 부득이 개별교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를 위해 회원사들이 자율적으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권 사용자를 대표해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2010년 2월 만들어졌다. 지난 3월 산업·기업·수출입은행·주택금융공사·캠코 등 7개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고, 이번에 14개 시중은행마저 탈퇴하면서 사용자협의회는 조만간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가동 중인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노조와의 개별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성과연봉제 TF가 운영돼 왔지만, 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며 "앞으로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성과연봉제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적용방안 등에 있어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성과연봉제를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행의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가 은행의 수익성과 무관하게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정비화돼 있어 은행의 수익성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2005년 2.82%에서 작년 말 역대 최저 수준인 1.60%까지 떨어진 반면,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은 같은 기간 6.3%에서 10.6%로 상승했다.

게다가 임금이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직원들의 성과달성 의욕을 저하시키고 조직 내 무사안일과 무임승차자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만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이 금융사용자협의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개별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연내에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절대 개별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다음달 23일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전면 총파업을 확정하고 이어 2차, 3차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앞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금융공기업들이 강압적으로 직원 동의서를 받고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사례에서 보듯, 시중은행들도 이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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