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이 거세다. 한진해운 선박 절반 이상이 압류 등으로 멈춰서면서 물류대란이 현실화 됐다. 수출지연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하루아침에 일감을 잃은 협력사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물류산업이 주축인 부산경제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대응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애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멈춰서는 선박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체 투입을 예고한 현대상선 선박 투입도 더디다.

더욱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정부와 한진그룹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자금 지원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진그룹은 사정이 어렵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 사이 죄 없는 수출기업들만 죽어나면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비상경제 최고위를 열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낳은 한진해운 대란의 피해는 협력업체 노동자의 몫이 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했다.

추 대표는 이어 "한진해운 대주주의 무책임도 지적한다"며 "대주주 일가는 보유주식을 처분해 내 돈 챙기기에 급급하고 자율 협약 과정에서도 조양호 회장과 대주주는 유동자금 확보 요구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내유보금 2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이익은 기업이 가지고 손실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의 부실화에는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직전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손실을 회피한 의혹이 제기된 최은영 전 회장의 부실경영 문제가 가장 크다. 하지만 제수씨인 최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조양호 회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조 회장은 2014년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을 인수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3년 연속 적자행진에, 대한항공은 800%에 달하는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두 회사의 ‘동반 침몰’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조 회장은 2조원대의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한진해운의 정상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했고 최근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비판에는 귀를 닫고 ‘육해공 물류기업’이라는 야심은 끌어안으면서 한진그룹 전체의 부실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향후 한진해운 실패를 발판으로 해운업에 재도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사인 한진칼의 자회사인 한진이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 동남아항로 일부 운영권 등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부실화된 기업에서 그나마 알짜로 통하던 자산들이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로 대거 넘어갔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함께 세계 물류시장에서 국위를 선양을 하는 대표기업으로 각인돼왔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부실경영과 외면으로 한진해운이 좌초하면서 이 기업 역시 국가 물류 대동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 앞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한 재벌가의 사기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진해운 사태는 현대상선의 피나는 자구 노력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가 시작됐다고 방관지 말고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도 위기관리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것만이 파국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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