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기대출 8개월새 27조원 늘어, 저축은행 대출도 증가세
미 금리인상에 빚상환 부담 커질 수도…"건전성 관리 나서야"

▲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의 경제불안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최근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소기업의 금융권 대출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중소기업대출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국내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중소기업대출의 급격한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경영난에 내몰리는 중소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0조8821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9646억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은 전월대비 484억원 늘어난 164조3047억원, 중소기업대출은 1조9162억원 증가한 586조577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말(724조515억원)과 비교해 8개월 새 26조8306억원이나 늘었다. 대기업대출은(164조4121억원)은 1074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대출(559조6394억원)이 26조9380억원 급증하며 기업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술금융제도의 활성화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담보와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위해 2014년 하반기부터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확대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결과 기술금융 도입 후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순수 기술신용대출(누적)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총 47조6394억원이 공급됐다.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0조2521억원에서 올 6월 말 21조5315억원으로 1조2794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최근 정부는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업종을 취약업종으로 지정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경우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 협력업체와 하청업체가 많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BK경제연구소의 '2016년 하반기 경제 및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를 보면 5개 취약업종과 관련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62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금융혜택을 통해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좀비기업이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거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자본이 잠식된 상황에서 만기연장이나 금리보조로 연명하는 기업을 말한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의 경제불안 등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될 수록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영세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경우 중소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을 늘려 신용경색이나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IBK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부진에 따른 영업실적 저조로 국내 중소기업의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되면 중소기업의 부채상환부담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면서 미국에선 올해 안으로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융시장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의 채선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저금리에 편승해 부채를 늘려온 중소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 앞서 중소기업과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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