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직격탄' 자영업자, 빚은 느는데 소득은 줄고
美 금리 인상 앞두고 자영업자 부채문제 악화 우려 커져

▲ 내수경기 침체 속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올 4분기 소비절벽이 가시화되고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일면서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자영업자들의 상점이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의 거리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와 맞물려 김영란법에 따른 소비절벽에다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와 이자부담 증가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53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4조1000억원이나 급증한 수준이다.

은행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생명보험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170조341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10조797억원 급증했다.

이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속한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임대업 등 서비스업의 산업대출 잔액은 118조8140억원으로 전체 산업대출의 70%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만 서비스업 대출은 7조9956억원 늘어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79%를 차지했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사업이나 생계를 위해 돈을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와 사업 부진 등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통계청 기준으로 지난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000명 줄어든 159만5000명으로,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고용원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보다 빚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고, 불경기에 매출이 감소하면서 사업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2014년에 비해 8만9000명 감소했다. 이는 11만8000명이 줄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와 소득 악화가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에 비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빚을 제때 못 갚은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가계대출 등 다중 채무를 보유한 자영업자의 경우 부실화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대거 유입될 경우 자영업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경기 회복세 둔화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과 부채 문제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 골프업, 소비재 유통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음식업이 8조5000억원, 골프장이 1조1000억원, 선물 관련 산업이 2조원의 연간 매출손실액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소상공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올 4분기 소비절벽이 가시화되고 연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자영업자 대출이 가장 먼저 부실화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 회생을 돕는 개인채무조정제도의 보완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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