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내집 마련했는데…아이 키우는 집선 김천 떠날 결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한미 군 당국이 발표 예정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최종 배치 지역이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에서 김천혁신도시로 둥지를 옮긴 공공기관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아파트값 하락뿐 아니라 아이들 걱정에 ‘탈(脫) 김천’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국방부는 30일 오후 2시30분 사드 배치 최종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공동실무단은 사드 배치를 기존 성산포대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해달라는 성주군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성주골프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주골프장은 성주군청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져 있고, 해발고도 680m로 기존 발표기지인 성산포대(해발 383m)보다 높다. 성주읍과 가까운 성산포대에 비해 주변에 민가도 적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진입로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성주골프장으로 최종 지역으로 확정될 경우 김천시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성주골프장은 행정구역상 성주에 속하지만 전자파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 레이더 방향이 김천 쪽을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김천시와 시의회가 “롯데골프장 사드 배치 반대” 공동성명서를 냈고, 김천시민들로 구성된 사드 반대대책위원회는 밤마다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최종 배치 지역이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천 시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중에도 ‘탈(脫) 김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수도권에서 김천으로 내려온 공공기관 직원들은 날벼락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성주 골프장 북쪽 8㎞에 위치한 김천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기술, 한국도로공사, 대한법률구조공단, 국립종자원,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공공기관 직원 Y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만약 성주골프장으로 결정이 난다면 김천을 떠나 대전으로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며 “출퇴근을 할지 아니면 가족만 보낼지는 아직 결정을 못 내렸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K씨는 “김천에 내려오면서 살 곳이 없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는데 사드 관련 내용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향후 사드 배치 결론에 따라 아파트를 정리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성주골프장 사드 배치 반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박보생 김천시장은 "김천시 전체가 부동산 거래량 감소, 농산물 판매 부진, 지역 식당가 매출 감소 등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있으며, 정착단계에 들어선 혁신도시는 이전공공기관 직원과 가족들의 타 지역 전출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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