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간대엔 대기업 밀어주기…편성 차별성 부재

[중소기업신문=박소연 기자] 홈쇼핑 채널의 편성 꼼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산 농수산물 및 중소기업 제품 판매에 힘써야 할 일부 채널들이 정작 프라임 시간대에는 대기업 제품이나 수입 농수산물 위주의 편성에 치중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의무 방송편성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제 기능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8월 NS홈쇼핑이 프라임 방송시간대(방송 종료시간 기준 오후 7∼11시)에 판매한 상품 중 농수산물 식품의 비중은 26.4%에 그쳤다. 금괴, 소파, 커튼 등을 비롯해 노르웨이산 고등어 등 수입 상품도 판매됐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NS홈쇼핑은 식품 판매 확대를 통해 농수축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업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자회사인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에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2013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대기업 제품 59.3%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제품의 프라임 시간대 편성비율은 약 16%에 그쳤다.

 

▲ 홈앤쇼핑과 NS홈쇼핑의 10월 둘째주 편성표 일부. 실제로 프라임 시간대에는 대기업 및 유명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겹치는 방송편성도 보였다. 렌탈 및 보험 상품 등 100% 정액방송으로 운영되는 무형 상품들도 배치돼있었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쳐.

중소업체들은 의무 방송편성비율보다 중요한 건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는 대기업 제품 방송 횟수라고 입을 모았다. 서정민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상임부회장은 “문제는 (중소업체가) 잘 안 팔리는 시간대에 배치된다는 점”이라며 “프라임 타임대 정액방송(판매수수료를 미리 받고 하는 방송)은 보통 1억대를 넘어가 중소기업의 경우 정액비를 부담하며 들어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서 부회장은 이어 “대기업 상품 편성에 대한 규제로 프라임 타임 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중을 60:40 으로 맞춘다든지 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채널이라는 본래의 정책적 목표를 기억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홈쇼핑 개국 20년 이래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건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게 아니겠냐”며 “렌탈이나 보험 상품은 100% 정액(방송)이니 돈으로 판매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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