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은행권 가계대출 6.1조원 급증, 주택담보대출 5.3조원↑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오름세…가산금리 일제히 상승

▲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미국의 연내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은행 가계대출의 급증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죄기'에 고삐를 죄면서 은행의 대출태도는 한층 깐깐해졌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에 동조한 국내 시중금리도 인상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은행 대출금리 인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중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연 2.77~3.17%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월 연 2.66~2.82%에서 8월 연 2.71~2.85%으로 상승한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조달금리를 얹은 은행 기준금리에 고객들의 신용도를 토대로 산출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은 은행 재량에 따라 산정되는 가산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영향으로 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6월 연 1.53~1.57%에서 9월 1.46~1.52%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산금리는 연 1.13~1.26%에서 1.25~1.70%으로 크게 올랐다.

이들 4대 은행이 이 기간 올린 가산금리는 평균 0.24%포인트로, 기준금리 인하분(0.25%포인트)과의 차이가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지 석달 만에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없어진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가산금리가 6월 1.24%에서 9월 1.70%로 0.46%포인트 상승했고 국민은행은 0.19%포인트, 신한은행은 0.18%포인트, KEB하나은행은 0.12%포인트 각각 올랐다.

특히 우리(3.17%)·씨티(3.00%), 지방은행인 DGB대구(3.02%)·광주(3.19%)·제주(3.13%) 등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연 3%를 넘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시중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달 5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대출금리 오름세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35%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부동산 경기 과열 및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죄기'에 돌입하면서 은행 대출금리는 본격적인 오름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4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1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9월 기준으로 작년(6조2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런 가계대출 급증은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9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7조9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3000억원이나 급증했다. 매년 9월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해 증가액(6조원)보다는 줄었지만 2010∼2014년 평균 1조9000억원의 2.8배나 된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월 말 292조6734억원에서 9월 말 300조7792억원으로 8조158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이 3분기에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조68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00억원 증가했다.

초저금리 혜택으로 은행 빚을 크게 늘린 가계의 관심사는 단연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지 여부다. 지난해 연말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미국(0.25~0.5%)과 우리나라(1.25%)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포인트다. 미국이 금리를 한 차례만 인상해도 금리가 0.5~0.75%로 올라가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0.5%포인트로 좁혀진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코픽스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연동된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르는 등 연쇄적인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아무리 천천히 올린다 해도 차입자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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