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삼성노동인권지킴이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반대...자격없다"
'미르재단-정유라 승마' 지원속 이건희 ‘사재출연약속’은 감감무소식

▲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같은 시각 주총장 외부에서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반대를 외쳤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의 후폭풍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 그룹 전면에 공식 등장한 이 부회장이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논란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뭉칫돈을 기부한 삼성이 무려 8년여간 지키지 않고 있는 이 회장의 ‘사재출연약속’을 어떻게 풀어갈 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고 대신 이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안건 심의에 앞서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안건은 박수로 통과됐다. 권 부회장은 "많은 주주가 동의 의사를 밝혀 원안대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반대가 없다면 박수로써 의결하겠다"며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법적책임이 있는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게 됐다. 2008년 비자금과 편법승계 의혹에 따른 특검수사로 이 회장이 퇴진한 후 8년6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25년만이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는 삼성가의 3세 승계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직 등 아버지의 ‘자리’도 하나씩 물려받았다.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사로 올라선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1%) 자리도 확보했다. 그리고 이날 이 부회장이 8년전 부친이 있던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로 오르면서 사실상 ‘이재용 삼성’이 공식화됐다.

이 부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먼저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에 따른 전량리콜과 조기 단종 사태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를 구해야한다. 반도체가 버티고는 있지만 실적을 좌우하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입은 내상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정확한 발화원인을 찾아내지도 못했다는 점은 ‘삼성=기술력’으로 일컬어지던 소비자 신뢰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빈약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도 이 부회장의 무거운 숙제중 하나다. 이는 이 부회장에게 아픈 과거로 기억될 ‘e-삼성’ 실패와도 맞닿아 있다.  그룹 신수종 먹거리 발굴도 있다. 삼성이 반도체와 함께 그룹을 이끌 쌍두마차로 육성중인 바이오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가 넘어야할 가장 큰 난관은 편법승계 논란이다. 이 부회장이 부친으로부터 61억원을 받아 현재 300조원대의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 중심에 올라서는 과정에서는 편법승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이 부회장이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지원성 거래의 수혜자라 기업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득을 봤고 이에따라 다른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높아 반대를 권고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부회장에게 증시 상장으로 수조원대의 상장차익을 안겨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의혹이 불거진 곳이다. 부친 이 회장은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으로 유죄를 받았다. 이후 두 회사는 삼성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고속성장하면서 ‘세금 없는 부의 승계’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로 투쟁해온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올림은 불법·편법 3대 세습,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 외면, 무노조경영 등 반노동정책과 노동인권 침해 외면 등을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반올림은 임시주총이 열린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등기이사직 수행을 통한 책임경영 실천의 중요성 이전에 사실상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될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물음표를 이들이 던진 셈이다.

‘이재용 삼성’을 위한 법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법원은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시 주식 매수청구 가격이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주가조작’을 통한 편법승계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삼성은 항고한 상태다.

공익재단을 통한 편법승계 논란도 한창이다. 올 초 삼성생명공익재단은 투자수익 확보차원이라는 이유로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이와관련 박용진 의원은 “이재용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이 이사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고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5%(성실공익법인의 경우 10%) 이내의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성실공익법인이다. 현 제도에 변함이 없는 이상 이 부회장의 자녀들 대에서도 재단의 중요성은 여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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