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제대로 해야…정치권 자당이익보다 협치 자세 필요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내 손등을 찍고 싶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택한 A씨는 최근 자신을 탓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는 보다 나은 세상을 열어달라며 한 표를 행사한 자신의 손이 요즘처럼 창피하고, 부끄러울 줄 몰랐다고 참담한 심정을 고백했다.

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최순실 게이트’, 아니 사실상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성난 민심의 한 단편이다. 얼마 전 ‘개‧돼지’로 전락하는 모멸감을 맛봐야했던 국민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접하고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10%대로 곤두박질 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처럼 등을 돌린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최씨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것은 물론 외교·안보·경제·인사 등 모든 국정 현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상왕급’에 가깝다.

어김없이 정경유착 의혹도 빠지지 않았다. 최씨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을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공개한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은 총 53곳이다.

두 재단에 뭉칫돈을 내놓은 기업 명단에는 2008년 삼성특검 과정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좋은일에 쓰겠다”며 국민에게 사재출연약속을 해놓고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도 포함돼 있다. 삼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검찰은 미르재단, 전경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착수 21일만이다. 이 과정에서는 ‘빈 박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몸이 아파 한국에 올 수 없다”고 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귀국한 최씨가 소환 하루 연기를 요청하자 증거인멸 가능성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기획설’까지 제기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기점으로 이전까지 해외로 잠적했거나 입을 닫고 있던 사건 관련자들이 돌연 모습을 드러내거나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가지고 의혹을 부인하는 등 이번 사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 구성을 위한 정치권의 협의도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참다못한 국민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는 2만여명이 넘는 국민이 거리로 나서 촛불을 들었다. 어린 학생부터 자녀를 데리고 나온 부모, 백발의 노인까지 동참했다. 국내외에서 시국 선언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국가 위기 상황이다. 정치권은 자당의 이해득실만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국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협치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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