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유착' 끊고 글로벌기업에 맞는 기업 문화 만들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로 코너에 몰렸다. 삼성그룹은 경영권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대물림되면서 변화가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차명재산과 BW헐값 발행 등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진 ‘이건희 삼성 제국’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지분 100%를 가진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유로(한화 35억원)를 지원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은 최씨가 설립·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204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이 모종의 대가를 기대하고 최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하루전인 지난 8일 삼성전자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삼성의 돈이 최씨에게 건넨 시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사건으로 통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던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주총에서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통하지 않는 ‘깜깜이 합병 찬성’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총 전 이 부회장과 만난 사실도 집중 조명됐다.

당시 3배 차이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올해 2심 법원은 당시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사태로 삼성이 권력에는 비굴할 정도로 약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너무도 강팍하게 굴고, 사회적 책임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모임인 반올림 회원들은 최근 시국선언문을 내고 2007년 3월 숨진 고 황유미씨를 언급하면서 "정유라에게 10억원이 넘는 말을 선물하고, 매달 80만유로(약 10억원)를 지급해 왔다"며 “삼성 이재용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황씨가 사망한 이후 9년이 흐른 지금에도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불법경영'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재출연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에서 차명재산과 삼성SDS BW 헐값발행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자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에서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벌금과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자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조원대로 추정되는 이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자발적 약속이행도 어려워진 상태다.

이 문제는 올해 이 회장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조명됐다. 이 회장이 머문 것으로 알려진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의 출처가 삼성특검에서 드러난 차명재산 중 일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좋은 일에 쓰겠다’던 이 회장의 약속과는 다른 용도에 자금이 쓰여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성명을 통해 “삼성이 시간을 끌며 재산 출연 약속을 없던 일로 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사이 이 회장이 받아간 배당금은 해마다 불어났다. 이 회장이 2009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 받아간 배당금은 올해 결정된 삼성전자 중간 배당금까지 포함해 9000억원에 이른다. 사재출연약속 금액에 맞먹는 규모다. 지금까지 받아온 배당금만 모았어도 약속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싼값에 삼성SDS 주식을 사들인 이 부회장도 수혜를 입었다. 조세포탈과 함께 이 회장의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이 부회장의 '삼성SDS BW'는 환원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이 부회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은 삼성SDS 상장으로 천문학적인 상장차익을 누렸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음에도 권력유착 등 기업 시스템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이 뼈를 깎는 자세로 기업 문화를 글로벌 기업에 맞게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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