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저축은행 가계대출 16조원 돌파…증가속도 가팔라
취약계층 대출부실 우려 커지자 당국 뒤늦게 대출 옥죄기
"금융 규제로는 한계…소득 증대 등 근본적 대책 나와야"

▲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히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출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대출총량을 억제하는 식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대내외 충격에 따른 집단 부실화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저축은행의 가계빚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의 높은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조원을 넘어섰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계빚이 역대 최대치로 치솟자 정부가 뒤늦게 대출 옥죄기에 나섰지만, 겉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대내외 충격에 가장 취약한 서민가계의 대출 부실화를 막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도 전무하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15일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종합정보 SHARE-3.0'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39조4658억원으로 전분기(37조6570억원) 대비 4.80% 늘었다. 3개월 사이에 신규 대출금이 1조8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중 기업대출 잔액은 22조4543억원으로 3개월(21조6773억원) 새 3.6%(7770)억원 늘었고, 가계대출 잔액은 16조6047억원으로 6.9%(10852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가계담보대출 잔액은 8조7119억원으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고,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7조8928억원(47.5%) 수준이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대출금 잔액이 32.8%(4조1000억원) 가량 증가하면서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12.3%(7조3000억원)보다 20.5%포인트 높았다. 저축은행 가계빚 증가 속도가 은행권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대출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 여파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데다 은행의 여신심사 강화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제2금융권 대출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은 신용도가 낮다보니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데다 다중채무 등으로 인해 부채상환능력도 떨어져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가계담보대출을 취급 중인 26개 저축은행의 평균금리는 최저 연 3.4%~최고 9.5% 수준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2·3배 가량 높다.

특히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36개 저축은행의 75%인 27개 저축은행이 대출고객에게 연 20~27%의 고금리 물리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고신용자인 1등급 고객에게 연 20% 안팎의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묻지마' 대출 관행도 여전하다.

제2금융권 대출은 부동산 가격 하락,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충격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총량 규제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동안 정부는 각종 가게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도 제2금융권에 대해 여신심사 강화 등의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는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제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내년부터 여신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2금융권 대출은 상환 능력이 취약한 서민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대상 1순위로, 부실위험에 대비한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올해 초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당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제2금융권의 가계빚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등 충격이 발생하면 제2금융권 대출부터 집단으로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여신심사 강화, 총량 규제 등의 금융 규제로는 대출 급증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만 있을 뿐, 대내외 충격에 따른 가계부채의 급격한 부실화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취업대책과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낮다는 점"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할 때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부처도 함께 참여해 일자리 알선과 창업 자금지원, 창업 컨설팅 등의 고용 대책을 패키지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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