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기대출 금리 오름세…비은행 대출문턱도 높아져
내수·수출 동반부진 속 자금조달 악화까지 中企 '삼중고'

▲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수출길 마저 좁아지고 있는 중소기업계에 '실적악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오름세가 본격화되고 금융기관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환경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일로다. 주요 시중은행의 담보대출과 신용·마이너스대출 등 중기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깐깐해진 대출 심사로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보다 2~3배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등 비은행기관의 대출 옥죄기에 돌입하면서 중소기업의 '돈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23일 전국은행연합회의 '은행별 중소기업 대출금리' 공시를 보면 지난달 기준(직전 3개월간 취급된 대출금리 평균치)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전월과 비교해 0.02%~0.1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국민(3.59%→3.63%), 기업(3.44%→3.46%), 농협(3.35%→3.39%), 신한(3.30%→3.36%), SC(3.21%→3.32%), 하나(3.30%→3.38%), 씨티(3.24%→3.26%), 부산(3.51%→3.52%), 대구(3.35%→3.38%), 광주(3.56%→3.60%), 제주(3.80%→3.81%), 수협(3.54%→3.60%) 등이다.

보증서담보대출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발급한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운전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물적담보대출의 금리도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3.21%→3.24%), 기업(2.94%→2.99%), 농협(3.33%→3.40%), 신한(3.33%→3.34%), 하나(3.47%→3.51%), 우리(3.26%→3.28%), 씨티(3.04%→3.11%), 경남(3.84%→3.87%), 부산(3.83%→3.85%), 광주(4.13%→4.19%), 제주(3.96%→4.00%), 수협(3.68%→3.81%) 등 평균금리가 한 달 새 0.01%~0.07%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여신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부족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찾는 중소기업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비은행예금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은 75조86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9226억원(4.0%)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조원(31.5%) 가량 급증했다.

기관별로 보면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에서 빌린 대출금 잔액이 34조399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호저축은행은 22조409억원, 새마을금고는 6조7000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저축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0조2521억원에서 올 6월 말 21조5315억원으로 6.3%(1조2794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9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9%로 시중 은행보다 4.5%포인트 가까이 높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들이 부족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금리 부담을 감수하며 비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을 포함한 비은행에 대해서도 가계 및 기업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사업자금을 주로 금융기관의 대출로 마련하고, 주식과 채권 발행 등을 활용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미 기정사실화된 12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전후해 국내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되면 자금조달 창구로 대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 부담에 신용경색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세계 경기의 부진에 따른 교역량 감소와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환율 및 국제유가 불안과 맞물려 국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은 '최순실 사태'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 악화까지 '삼중고'에 빠진 셈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회복 지연에다 수출마저 힘들어진 중소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현금흐름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문턱과 금리로 인해 자금 사정까지 나빠지면서 앞으로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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