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사 카드론 누적취급액 1년 새 3조원 증가
평균 연 14% 금리 물어…20% 이상 고객비중 높아
금리인상 등 충격에 취약, 서민 가계빚 부실 우려

▲ 카드업계가 높은 금리마진을 얻을 수 있는 카드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올해 들어 카드론 취급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의 급격한 증가세가 서민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우려에 은행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진 데다 신용판매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고수익의 카드론 사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카드론 이용자 중 상당수가 금리인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인 만큼 연 10% 이상의 높은 금리의 카드론 증가세가 다중채무로 허덕이는 서민가계의 부채 질을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올들어 9월까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취급액은 총 26조17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1402억원)에 비해 3조375억원(13.13%) 가량 크게 늘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카드론 이용실적이 5조89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4조4712억원), KB국민카드(4조4020억원), 현대카드(4조1015억원), 롯데카드(2조8798억원), 우리카드(2조1897억원), 하나카드(2조241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7개 카드사들의 카드론 실적(하나카드 제외)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3년에 24조6199억원이었던 이용금액은 2014년 26조1246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9조976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카드론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 속에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이 높은 금리마진을 얻을 수 있는 카드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이 크게 줄었지만, 대출금리 인하에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상품 통합 비교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현재 카드론 금리는 평균 연 14% 수준이다. 삼성카드(15.21%), 현대카드(14.89%), 신한카드(14.71%), 하나카드(14.61%), KB국민카드(14.15%), 우리카드(14.04%), 롯데카드(13.14%) 등의 순으로 평균금리가 높았다. 

특히 신용등급이 1~3등급인 카드론 이용고객에 적용된 평균금리는 최저 8.98%에서 최고 12.32%로, 카드사들은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에게도 10% 안팎의 높은 금리를 물리고 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연 20%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 비중도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카드의 전체 이용회원 중 금리 연 20% 이상 회원 비중은 31.43%에 달했다. 이어 신한카드(23.58%), 우리카드(15.22%), 현대카드(12.92%), KB국민카드(10.4%), 하나카드(2.34%) 등이 뒤를 이었다.

카드론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향후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자들이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카드론을 주로 이용하는 데다 다른 빚을 갚기 위한 '돌려막기식' 대출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무분별한 카드론 사용이 가계부채의 악성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도 소득 수준에 맞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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