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검토…촛불 민심은 ‘이재용 구속’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검토하면서 삼성가의 3세경영 세습인 ‘이재용 삼성’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최순실-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세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그룹 태평로 사옥 앞에서 삼성 이재용-최순실 게이트 시민법정을 열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키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호’가 마지막 관문에 들어서고 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골격을 갖춘 ‘이재용 삼성’은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혈세가 한 사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짙어진 상황에서 삼성이 명백한 무죄가 입증되기도 전에 오너일가의 부의 대물림작업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로 성난 민심이 모인 촛불집회에서는 삼성과 이 부회장을 이번 사태의 공범으로 보고 철저한 규명과 처벌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배당확대정책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계획도 밝혔다.

그동안 삼성가의 3세 승계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돼왔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0.59%에 불과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투입없이 ‘이재용 삼성’을 완성하는데 이 방법이 요긴한 해법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하고 다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도모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13%에 달하는 삼성전자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도 가능해진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1996년 부친 이건희 회장에게서 61억원을 받으면서 시작된 이 부회장의 20년 경영세습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최근 수년간 계열사를 떼고 붙이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왔던 삼성 입장에서는 이제 그 결말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셈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그리 편치 않아 보인다. ‘이재용 삼성’ 구축과정에서 드러난 불법과 편법행위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은 2008년 삼성특검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는 듯 했지만 야권에서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삼성SDS 헐값발행 BW 환수도 안 되는 등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로 기사회생했다. 유죄를 받은 이 회장도 집행유예 판결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8년이 흘러 지금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있다. 삼성은 최순실과 그의 사금고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지원했고 이는 삼성물산 합병의 백기사가 됐던 국민연금과의 검은 커넥션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외압설은 물론 국민연금의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한 시점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대주주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는 항소심의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자칫 ‘이재용 삼성’의 틀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최순실 사태의 피해자라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갈 수록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8년 전 삼성가 편법승계 파문에 부친인 이 회장이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 스스로가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민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성난 민심이 한데 모인 주말 촛불집회에서 ‘이재용 구속’이라는 피켓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이 부회장은 뇌물죄와 배임 등으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삼성 측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가에서 정경유착이 버무려진 불법승계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는 것은 사실상 8년전 삼성특검에서 삼성가의 일탈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최순실 사태로 검찰의 위신이 추락한 상황에서 특검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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