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내년 성과연봉제 도입 준비 막바지
금융위 "법적분쟁 있지만, 내년부터 차질없이 시행"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이 성과연봉제 향방 분수령

▲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 정책 추진에 반기를 든 금융노조 소속 노조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향후 성과연봉제의 운명을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강행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을 필두로 민간은행의 성과주의 확산을 진두지휘해 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노조와의 법적분쟁에 상관없이 내년부터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다. '밀어붙이기 식' 정책 추진에 반기를 든 금융노조 소속 노조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향후 성과연봉제의 운명을 결정지을 변수로 떠오르면서 법원이 어떤 법리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일 금융노조와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내년 1월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5월 직원들로부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를 연 뒤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결의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성과연봉제 초안에는 과장·차장급에 대해 개인평가를 해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연봉에 연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취업규칙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있어 필수적인 노조와의 합의 절차는 무시된 채 사측의 입장만 반영됐다며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확인소송과 함께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보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으로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동인 만큼 소송을 통해 사측 결정의 부당성을 다투겠다는 취지였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통상 취업규칙이 변경되면 사업장 대표는 고용부에 이를 신고해야 하고 고용부의 근로감독관들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의 근거로 내세우는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법적효력이 있는 법규정이 아닌 근로감독관들의 단순한 업무 지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업은행을 필두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대부분의 금융공공기관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정부는 30개 공기업과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연내 도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성과연봉제를 일찍 도입하는 공기업에 경영평가 가점 부여, 성과급 추가 지급 등 인센티브를 주고, 기한 내 성과연봉제 전환을 마치지 않는 곳은 내년 인건비 동결, 임원 성과급 50% 이상 삭감 등 페널티를 부여했다.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총대를 맨 금융당국도 '강경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12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법적 분쟁이 있지만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차질없이 시행할 것"이라며 "금융공공기관별 성과중심문화 도입을 평가하고, 이를 예산편성과 경영평가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들은 내년 성과연봉제 시행을 위한 내부 평가제도 정비 등 사전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가처분신청 등 노조와의 법정소송에 대응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른 금융공공기관은 물론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하게 독려하고 있는 민간은행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에 강한 탄력이 붙거나 혹은 아에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 노조가 신청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내년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공공기관의 이사회 결정이 무효가 되고, 이 방식을 따르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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