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지며 대기업 브랜드 매출 ‘쑥쑥’…소상공인 ‘샌드위치’ 신세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공룡의 습격’으로 통했던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2년이 지나면서 국내 가구업계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해외 리콜 제품을 유통시키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케아는 현재 불어난 매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케아 상륙으로 ‘모두 죽을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던 국내 가구 대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반면 이들에게 밀린 소상공인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정글속 약육강식의 논리가 국내 가구업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18일 광명점을 연지 2년만에 이케아코리아의 글로벌 회계연도 기간(2015년 9월~2016년 8월) 매출은 345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낮은 가격에 소비자가 직접 설치하고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의 제품 판매가 이케아의 매출 신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로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에게 글로벌 브랜드에 가성비까지 좋은 이케아 가구는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골목상권과 함께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해 깊은 경계감을 표출했던 국내 대기업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가구 소매 판매액은 전년 대비 7.0% 늘어난 5조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올해 전망은 더욱 좋다. 한국가구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가구시장이 1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케아 진출로 전체 가구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고가 이상의 고객층이 많아 이케아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한 것이 실적 호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대형매장을 늘리는 등 유통채널을 강화하고 생활가구를 중심으로 상품성을 강화하면서 영토확장을 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룡 해외기업’의 침투로 가구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할 것이라던 이들의 우려는 기우가 됐다.

반면 골목상권은 생존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케아 공습에 대기업의 영토확장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이 영세 가구업체인 가구업종 가맹점 수(카드업계 업종 분류 기준)는 올해 2월 1만3000여개로 2011년 2월(2만1000여개)과 비교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구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집계 결과 지난해 2월 기준 광명시 내 가구 및 생활용품 판매 업체 55%가 2014년 12월 이케아 입점 후 매출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지역 골목상권의 초토화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들여 한국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사실상 국내 가구 시장이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이 양분하는 ‘그들만의 시장’으로 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명지역의 한 가구업체 사장은 “사업을 더 해야 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중”이라며 “이케아가 들어서기전 이케아 진출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던 대기업과의 공조에 한때나마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도 이케아와 다를바 없는 존재”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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