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비은행권 중기대출 76.5조원, 1년새 18조원 급증
높은 은행 문턱에 '고금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몰려
"대출이자 부담에 자금경색 우려…선제적 관리 나서야"

▲ 글로벌 경기둔화와 신흥국의 경제불안,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도 오름세가 불가피해지면서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중소기업대출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에 진출한 한 국내기업의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제2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의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회복 지연에다 수출길마저 좁아지는 중소기업들은 높은 대출문턱과 불어나는 이자부담에 자금사정까지 빠듯해지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의 오름세가 불가피해지면서 제2금융권 중소기업대출의 급격한 부실화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금 잔액은 76조5723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2.0%(1조4863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31.2%(18조2180억원)나 급증한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에서 빌린 대출금 잔액이 35조15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22조3555억원), 신용협동조합(8조2343억원), 새마을금고(6조767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올 들어 저축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0조2521억원에서 올 6월 말 21조5315억원으로 6.3%(1조2794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10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45%로 시중은행보다 4%포인트 가까이 높다.

최근 중소기업의 비은행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조선업과 철강업 등 취약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시중은행이 대출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족한 사업자금을 마련하려는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금리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은행에 손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7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실물동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반기에 비해 대출태도가 '엄격해졌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42.8%에 달했다. '유연해졌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3.9%에 불과해 그 격차가 무려 38.9% 포인트나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기업대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대출도 신용등급이 좋거나 담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대출 받기가 힘든게 사실"이라며 "은행입장에서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경계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된 중소기업들이 사업자금을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 대출에 의존할 경우 경영난 심화 등으로 급격한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발표한 '2016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총 176곳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닥쳤던 2009년(512곳)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부실 징후가 있지만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C등급 중소기업은 71곳,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어 사실상 퇴출 대상인 D등급 기업은 105곳이다. 수출 부진과 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의 71%를 제조업체가 차지했다.

특히 올해 신용위험 평가 대상이 된 중소기업은 2035곳으로 전년에 비해 100곳 넘게 증가했다. 재무상태가 나빠진 중소기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거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 자본이 완전잠식된 회사 등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세부평가를 실시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내년 상황이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총 3278곳에 달했다. 이중 중소기업은 2754곳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 부담에 신용경색이나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태풍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조달 악화까지 '삼중고'에 빠진 셈"이라며 "국내 시중금리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만큼 중소기업과 은행권의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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