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대기업 거래비중 높아져 불공정거래 거부도 어려워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도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여전히 중소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한 '2016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업체들이 애로사항으로 꼽은 대부분이 납품가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중 50.3%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거래기업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아 애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49.7%는 '납품단가 인하'를 꼽았다. '지나친 품질 수준 요구'(38.7%), '납기 단축·촉박'(21.4%), '불규칙한 발주'(20.6%) 등도 거론됐다.

갑을관계인 하청업체(수급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요구를 불공정하다고 생각해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거래기업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거래기업 의존도란 수급기업의 전체 매출 가운데 거래기업 납품 매출 비중을 뜻하는데 2015년 의존도는 83.7%로 전년 82.1%보다 1.6% 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81.8%부터 3년째 증가세로 2015년의 경우 2007년 8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기업과 수급기업 간 전속계약 관행이 남아있어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전속계약으로 거래의존 관계가 굳어지면 수급기업이 매출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수급기업 가운데 대기업만 거래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14.8%를 기록했다. 대기업 거래 비중은 2013년 14.2%, 2014년 14.7%에 이어 3년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중소기업과 동시에 거래하는 기업 비중은 29.1%였으며 중소기업에만 납품하는 기업 비중은 56.1%로 가장 높았다.

수급기업이 거래기업에 납품하는 제품 유형을 보면 중간부품(44.3%), 완제품(34.6%)이 대부분이었다. 수급기업의 거래기업 납품 총액은 263조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수급기업 한 곳당 평균 납품액은 41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5인 이상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8천 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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