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6대 은행 집단대출 잔액 감소폭 확대
높은 계약률·공공택지도 대출은행 찾기 어려워
주택·건설업계 "집단대출 정상화" 공동 건의

▲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하면서 분양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건설사들의 경영부담은 물론 분양계약자들의 금리 부담이 높아지는 등 집단대출 규제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시중은행의 아파트 집단대출 '공급절벽'이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하면서 높은 계약률과 공공택지 등 우수사업장임에도 대출을 받아 줄 은행을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데다 집단대출 거부로 분양 계획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게다가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중도금 대출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분양계약자들의 금리 부담이 높아지는 등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2월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2075억원으로 전월(111조7289억원)에 비해 5214억원 가량 줄었다. 이는 1월 잔액 감소 폭(-316억원)보다 2000억원 넘게 더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매월 증가했던 집단대출은 12월 처음으로 잔액이 줄어든 이후 석 달 연속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에 대한 개별 소득심사 없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분양가의 60∼70% 수준까지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공급액이 매월 줄어드는 것은 정부 당국의 규제 방침에 따라 자체적으로 집단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상환능력과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분양 사업장의 부실위험이나 다른 은행의 집단대출 취급 추이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장의 계약률과 시공사의 신용도 등에 관계없이 지방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집단대출이 거부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지방에 소재한 A건설사 사업장의 경우 100% 계약이 완료됐지만, 집단대출을 받아주는 시중은행을 찾지 못해 금리 등 조건이 불리한 제2금융권과 대출을 진행했다.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단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올 1월 말까지 신규분양 단지 52곳 중 금융권과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한 단지는 15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출협약 기준의 경우 계약률 80% 이상에 타 은행과 분할대출 조건을 내거는 등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계약률이 95% 이상인 30곳의 사업장 중 절반 이상이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금융권의 경직적인 대출태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한 공공택지의 경우에도 금융사와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업장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 연 3.15%에서 올해 1월 연 3.76%로 넉 달 만에 0.61%포인트나 상승했다. 또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건설사들이 수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과 대출계약을 진행하면서 제2금융권 금리는 현재 4%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건설업계는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전방위 옥죄기가 어렵게 되살아난 부동산시장을 다시 냉각기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단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분양시장 진입이 주춤한 데다 미국발 금리인상 릴레이로 대출금리는 연 5% 중후반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주택·건설업계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13개 단체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집단대출 정상화를 공동 건의한 상태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올 1월부터 새롭게 취급되는 잔금대출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건설사와 계약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행들은 과도한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집단대출을 거부하거나 무리한 협약조건의 요구 없이 대출 취급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