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섰지만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가격인상 가능성은 여전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1위 BBQ이 치킨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가 정부와 여론에 밀려 이를 번복하면서 민심과 실리를 모두 잃고 시장 혼선만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BBQ는 지난 15일 "가맹점주의 강력한 요청으로 가격 조정을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는 단계"라며 "그러나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닭고기 파동에 따른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정부의 물가 안정정책에 어려움이 따르는 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애초 “치킨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결정한 바가 없다”는 해명이 거짓말 논란을 야기하면서 ‘신중 검토’로 내용이 바뀌었다.

정부의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BBQ가 4월부터 치킨 가격 9~10% 대의 인상안을 예고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우려한 정부는 긴급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등 유통업계가 AI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론도 등을 돌렸다. 닭값이 떨어질 때는 치킨값을 내리지 않고 가만있더니 오를 때만 야단이라는 지적이다. “닭고기값이 폭락했을 때에는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가격 인하 요인이 없다고 했던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업계"라는 정부 측 비판도 흘러나왔다.

BBQ가 가격 인상의 ‘원흉’으로 지목한 배달앱의 반발도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BBQ가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배달앱 수수료'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희망하는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광고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코너에 몰린 BBQ는 4월 가격인상 카드를 접었다.

정부가 세무조사 엄포까지 동원해 사기업을 압박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만 ‘치킨 값 2만원 시대’가 달갑지 않은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모처럼 잘한 일”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SNS 등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신제품 홍보 모델에 비싼 인기 연예인을 쓰는 비용이나 줄이라거나 2015년도 기준 6%에 달하는 BBQ의 모기업인 제너시스비비큐 영업이익률을 거론하는 지적도 있었다.

BBQ가 악화된 여론에 ‘소낙비는 피해가자는 식’으로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결국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BBQ가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가격인상안을 철회한다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해 BBQ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윤홍근 회장이 “가족인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살 수 있다”며 상생경영을 강조했지만, BBQ는 수년전 본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정산하면서 수수료 10%를 가맹사업자에게 떠넘긴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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