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돈 빌려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금리 부담 커
정부,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 영업방식 단속 강화해야

[중소기업신문=이민호 기자] 지난해 은행권 대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받는 금리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부실 대기업의 좌초로 은행들이 상당한 수익성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신용도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힘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자영업자 포함) 대출금리 평균은 연 3.69%(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로 대기업 대출금리(3.14%)보다 0.55% 포인트 높았다. 이는 2007년(0.63%포인트)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했지만 그 혜택이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에 집중된 결과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2015년 3.40%에서 지난해 3.14%로 0.26%포인트 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3.87%에서 3.69%로 0.18%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과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더욱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대기업은 신용등급 1~3등급에, 중소기업은 4~6등급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담보력이 좋지 않을 경우 대출 받기는 더욱 힘들다.

문제는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대기업과 다르게 대다수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루트가 사실상 금융권 대출에 한정돼 그만큼 금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향후 국내 금리가 올라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부실이 발생하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까다로운 여신심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항변이다. 실제 한은의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2015년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107.7%로 전년(127.0%)보다 19.3%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부실 대기업의 좌초로 된서리를 맞았던 은행들이 중소기업에게만 ‘현미경 대출심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중소기업 K대표는 “중소기업들의 신용도가 대기업에 비해서 낮긴 하지만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에 피해를 준 것은 대부분 부실 대기업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리스크 관리를 핑계로 힘없는 중속기업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다.

경기침체에 대기업 갑질 횡포, 최근에는 사드보복 피해와 금리인상 우려까지 더해져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비올 때 우산뺏기'식 영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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