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벌개혁 대선 공약 잇따라…지배구조개편 속도낼 듯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가 아닌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그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더욱 또렷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21일 9%에 가까이 급등하며 17만원을 기록했다. 10만원대 이상의 대기업 주식으로는 보기 드문 상승폭이다. 외인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일 기준 현대차의 외국인 보유 지분 비중은 45.84%로 지난해 말 대비 2%포인트 올라갔다. 외인은 22일에도 16만주를 순매수,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지주사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추측과 달리 그룹 지주사는 현대차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순현금 여력이 많고 지주사 전환 시 인센티브가 큰 데다 그룹 내에서 브랜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로부터 139억원의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것도 현대차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일은 지주회사의 주요사업 가운데 하나다.

애초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은 회사는 현대모비스였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등의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고리에 모두 포함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력한 지주사 후보로 꼽혀왔다.

현대차가 지주사로 확정될 경우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매입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이 한주도 없는 반면 현대차 지분 2.28%를 확보하고 있다. 향후 물려받게 될 부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도 5.17%다. 현대차가 인적분할한 뒤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인적분할 비율에 따라 그 부담은 더욱 줄 수 있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 재원으로 지목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결국 현대차 지분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월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의 보호예수는 해제됐다.

현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부분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에 의결권을 주지 않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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