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캐스팅보트 떠올라…배임논란 비켜갈까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생사여부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이 장고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해 국민 노후자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또다시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기업에 적극지원에 나선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신중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이날부터 시중은행들과 만나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 작업을 본격화한다. 내달 17~18일에는 사채권자집회도 예정돼 있다. 채무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간다. 산업은행은 P플랜시 채권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그 전제로 채권자의 출자전환 등 자율적 채무조정 등을 내세웠다.

대우조선 회생의 키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처리되려면 출석 의결권의 총 발행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참석해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중 기관투자자가 70%, 다시 이중 3800억원(30%)을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분식회계 등 대우조선에 문제가 있었던데다 조선업 불황으로 향후 확실한 경영정상화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지원했지만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배임 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 등을 상대로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 사건으로 통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 대해 찬성했다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그에 따른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반대를 하기도 쉽지 않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원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선택도 내리기 어려운 처지인 셈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민연금의 특별한 입장이 정해지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지원에 나서더라도 향후 책임문제가 일 가능성을 대비한 명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채권자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은 개인 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무직 부·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구성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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