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기러기 아빠들 송금부담 줄어
해외여행·해외직구족, 비용절감 효과 톡톡
걱정 앞선 외화예금자…수출 업체도 비상

▲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까지 떨어면서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면서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으로 거액의 목돈을 부쳐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 부담이 줄면서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데다 해외여행이 잦거나 해외직구(직접구매)를 즐기는 고객들은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외국회사에서 달러로 월급을 받는 일부 봉급생활자들과 원화 강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수출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 현재 달러당 4.6원 오른 1113.1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110.5원에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올 1월2일 1210.0원으로 시작한 환율은 2월28일 1130.0원으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하락하며 27일에는 1112.8원까지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0일(1108.4원) 이후 169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3개월여 만에 100원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나오는 4월 중순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 이슈가 부각했고 원화 약세를 막아줄 만한 재료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해외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 부담을 한층 덜고 있다. 기러기 아빠가 5000달러를 해외로 보내려면 올해 초만 해도 605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요즘은 555만원이면 가능하다. 약 50만원 가량을 절감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는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수혜자는 기러기 아빠"라며 "미국 대학의 1인당 평균 유학비용이 연평균 6만달러로 가정하면 올해 초보다 100원이 떨어진 환율이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6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직구족과 해외 여행객들도 환율 하락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하면 환율 하락만큼 할인혜택을 얻게 되고, 해외여행 경비가 줄어 해외여행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또 현지에서 원화로 월급을 받는 해외 주재원들도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짭짤한 환차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환율이 떨어지면 주름살이 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달러로 월급을 받는 해외 근로자 가족들은 환율 하락으로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들 수 있고,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하는 국내 호텔과 백화점 등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외화예금 가입자들도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달러화 외화예금의 경우 금리가 연 1~2% 수준인 상황에서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과 세금 등을 떼면 실질적인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환율 하락은 국내 기업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가져온다.

달러화 채무가 많은 기업들은 떨어진 환율만큼 부담이 줄게 되지만, 수출 중소기업 입장에선 원화 강세가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떨어져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게 되면 최근의 수출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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