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본입찰 다를 것” 강력 인수의지…베팅 규모 커질 듯

[중소기업신문=이수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강력한 인수의지를 밝히면서 일본 도시바 인수전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맞수로 떠오르는 등 ‘반도체 SK’ 이미지가 더욱 견고해지게 된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특강을 마친 뒤 도시바 인수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막대한 원전손실로 상장폐지 위기로까지 몰린 도시바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세계 2위업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애초 19.9%에서 최근 50% 이상, 최대 100%까지로 확대됐다. 그만큼 현재 유동성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은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4곳으로 압축됐다. 이중 폭스콘이 3조엔(약 31조원)에 달하는 입찰 금액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약 10조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룹 총수가 강력한 인수의지를 드러내면서 향후 본입찰에서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적극 육성해왔으며, 최근 세계 최초로 72단 4세대 3D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것도 이같은 최 회장의 집념에서 일군 성과로 통한다. 낸드 플래시 점유율 5위인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 오르게 된다.

일본정부가 반도체기술 중국 유출을 이유로 폭수콘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도 SK 등에 유리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폭스콘 가격에 다소 못미처더라 인수가 가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폭스콘이 승자가 될 경우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폭스콘은 일본 샤프를 인수한 뒤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단 2조~30조원대로 예상되는 베팅금액 자체도 부담이거니와 현재 반도체 호황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IT 자문기관인 가트너는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분야 호황으로 내년까지 10%대의 성장세를 이어가겟지만 2019년부터는 중국의 시장 진입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증가해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애플이 전력관리칩(PMIC)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나서는 등 자체 반도체 역량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인수에 성공한 뒤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도시바는 오는 5월 2차 입찰을 진행하고 6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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