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기술신용대출 1.6조원↓…제도 도입후 첫 감소
올 들어 순수 기술금융 평가액 증가폭도 하향곡선 뚜렷

▲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벤처·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공급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금융정책인 기술금융제도가 추진동력을 잃어버린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올해 기술금융의 실적 하향세가 뚜렷하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제도가 도입된지 4년차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의 순수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이 61조원을 넘어섰지만, 대출 증가폭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비선실세·뇌물청탁' 논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현 정부의 핵심과제였던 기술금융이 추진 동력을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이다.

21일 은행연합회의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권의 누적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99조1382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2.7%(2조6213억원)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4조3286억원 규모의 기술신용대출이 신규 공급됐다.

시중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누적잔액이 15조21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13조5462억원), 우리(12조1179억원), KEB하나(10조9114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씨티(5056억원), SC(1893억원)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특수은행의 경우 기업(29조1237억원), 농협(4조5682억원), 산업(3조1739억원), 수협(2342억원), 수출입(1341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방은행에서는 부산은행의 대출 실적이 3조544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2조8349억원), 경남(2조5385억원), 광주(4294억원), 제주(389억원), 전북(36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월 순수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은 61조6358억원으로 전월대비 2.9%(1조7237억원) 늘었다.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은 기존 중소기업대출의 연장 및 대환, 증액을 제외한 순공급금액으로 금융위원회의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 개선방안' 발표에 따라 2015년 6월부터 집계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 기술신용대출 공급 규모는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92조8550억원으로 전월(94조4653억원)보다 1조6103억원 감소했다. 월별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기술금융제도 도입 후 2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월평균 2조3000원이 신규 공급된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은 3617억원으로 7배 가량 쪼그라들었다.

올 1월(1조4677억원)과 2월(1조7237억원)에 다시 평가액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신규 공급 규모가 10~20%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기술금융은 신용도와 담보력은 떨어지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고려해 대출을 해주는 금융지원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금융정책이다. 금융당국이 기술·창의형 중소기업 지원을 '금융개혁 1순위'로 정한 이후 은행권의 기술금융 지원을 강하게 독려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파면되면서 금융권에선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역대 정권에서도 정책성 금융상품이 정권 교체로 흐지부지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도입 4년차를 맞은 만큼 대출수요가 제도 시행 초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고 연초에 부채상환이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당국의 요구에 맞춰 무리하게 대출 목표액을 맞추는 관행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실적부담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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