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주공 1단지 등 ‘무리한 수주’ 뒷탈 우려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대우건설이 1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지만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이번 실적발표를 필두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는 매각 속도를 좌우할 중요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71% 급증한 2211억원을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연간 목표치인 7000억원의 31%에 달한다. 당기순이익도 19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면서 호실적에 따른 주가 급등을 기대했던 일부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가는 장 초반 4%대 강세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면서 오후 1시 30분 현재 전일대비 100원(1.39%) 오른 7320원을 기록중이다.

4분기 7000억원대 적자에도 해외 미청구 공사 등 잠재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 사실상 실적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시장 기대감만으로도 9%대 급등세를 기록했던 지난 2월9일과는 비교된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주가가 올초 5000원대에서 현재 7000원대로 저점대비 40% 가까이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대우건설의 실적 개선 전망은 4분기 ‘빅배스’를 통해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며 “이날 발표가 단기적인 차익실현의 기회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우건설의 실적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애초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주가가 5000원대로 곤두박질 쳤다가 ‘적정’을 받아 회계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악재 이전의 위치로 ‘원위치’한 것 일뿐,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산업은행의 매각이 예정된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몸값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그 결과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금액과 건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4100억원대의 경기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을 따내기 위해 조합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문제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박 사장이 진두지휘한 과천주공1단지의 경우 달라진 건축 조건으로 재심의가 필요해 조합에 수백억원을 물어줘야할 위기에 몰렸다. 대우건설이 박 사장의 명의로 조합에 이른바 ‘확약서’(사진)를 보내 올해 8월 착공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이행보증금 명목으로 415억원을 조합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우건설에서 장수 CEO가 드문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박 사장의 성과부담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우건설에 대표이사로 재직한 CEO급 임원의 평균 재임기간은 1.76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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