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기업대출 감소세 뚜렷…3개월새 1.4조원↓
마진율 높고 부실위험 적은 중기대출은 9.2조원 급증

▲ 부실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권의 선제적인 대출부실 위험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좋고 부실률은 낮은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려는 시중은행 대출기조가 확연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은행권의 대기업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번의 부실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대기업대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데 반해, 중소기업대출은 매달 증가폭을 확대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실위험 부담이 큰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좋고 리스크도 적은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려는 시중은행들의 대출기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78조4114억원으로 지난 1월 말(79조8525)에 비해 1.84%(1조4411억원) 줄었다. 이는 지난해 1월 말(92조987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5.67%(14조5757억원)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의 대출 가운데 줄어든 것은 대기업대출이 유일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 말부터 그해 말까지 11개월 동안 38조7144억원 늘었고, 자영업자대출은 16조263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도 각각 6조3941억원, 5조182억원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도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 옥죄기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올 1월 말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올 1월 말 385조6969억원에서 4월 말 394조9423억원으로 2.39%(9조2454억원) 가량 크게 늘었다. 

은행들이 대기업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대출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기업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3.15%로 중소기업대출 부실비율(1.30%)보다 2.5배나 높다. 조선업과 해운업, 철강·제조업의 부실비율은 각각 11.20%, 5.77%, 4.09%에 달했다.

이처럼 대기업대출이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큰데 반해,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순이자마진이 높지 않은 점도 대출을 꺼리는 요인이다. 통상 대기업은 신용등급 1~3등급에, 중소기업은 4~6등급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이율이 중소기업보다 낮지만, 충당금에 대한 위험은 훨씬 높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금을 잇따라 상환하고, 경영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은행이 아닌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은행 대출이 감소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회사채 발행액은 6조3010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2420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4월(6조6098억원) 이후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은 SK·한화·롯데그룹 계열사 등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구조조정 기업을 걸러내기 위한 신용위험평가가 한층 엄격해지면서 공격적으로 대기업대출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좋고 부실률은 낮은 우량중소기업 고객을 확대하려는 은행의 대출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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