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움직임 본격화
국책은행 "금융위 가이드라인 있어야 본격 논의 추진"
시중은행은 추진동력 떨어져…"원점 재검토 불가피"

▲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운명에 처하면서 은행권의 성과연봉제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9월23일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장에서 노조원들이 성과연봉제 철회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금융노조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새 정부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밀어붙였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결국 없던 일이 되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가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확산 드라이브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잇따라 결정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의 계획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운명에 처하면서 은행권의 성과연봉제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현재 성과연봉제 폐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다. 기획재정부 소속 공공기관의 경우 성과연봉제 폐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기업·산업은행의 경우 금융위로부터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음달 중 열리는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폐지와 관련해 취업규칙을 변경할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이사회 개최 전에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이 있을 경우 이에 맞춰 노사간 대화 등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금융위의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성과연봉제 폐지 등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를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사실상 폐기했다. 후속조치에는 지난 정부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기한을 없애고, 각 기관이 여건을 반영해 시행방안 및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폐지를 담은 보수규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공기관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폐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도 지난 26일 3·4급 직원에 대해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노사협의에 돌입했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7개 금융공공기관은 지난해 노조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금융위와 사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금융노조 각 지부는 "취업규칙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필수적인 노조와의 합의 절차가 무시된 불법적인 성과연봉제 이사회 의결은 무효"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즉각 법원에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확인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국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같은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선언했다. 우리·신한·KB국민·농협·KEB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12일 일제히 긴급 이사회를 열고 노조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이들은 노사간 협의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을 세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180도 달라진 만큼 현 시점에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게 됐다"며 "현재 공석인 금융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고 국책은행의 성과연봉제 폐지가 결정된 이후에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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