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권, IFRS17 대비해 연말부터 책임준비금 더 쌓아야
자본확충 부담 갈수록 커질 듯…중소형사 '타격' 불가피

▲ 오는 2021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에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사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앞으로 쌓아야 할 막대한 책임준비금 등 자금수혈 부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중소형 보험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험업계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규모 자금 수혈이 당면과제로 떠올랐지만,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에 허덕이는 영세업체의 '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에 돈줄이 바짝 마르는 상황에서 자본확충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기준서가 발표되면서 보험사들은 새 회계시스템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IFRS17이 도입되는 2021년까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회계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만큼 대대적인 시스템 및 조직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보험부채의 산정방식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보험상품을 현재 저금리로 할인하면 현재가치가 예전보다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보험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대형 보험사들은 올해 초부터 IFRS17에 맞는 회계시스템 개발에 돌입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서야 보험개발원과 중소형 9개사가 공동으로 회계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 수혈도 동반돼야 한다. IFRS17이 적용돼 재무건전성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 보험금을 줄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형보험사의 RBC비율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124.4%), 흥국생명(148.5%), 롯데손보(150.1%), 흥국화재(154.8%), 한화손보(156.8%) 등은 이미 위험한 수준으로 적극적인 RBC비율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2021년까지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IFRS 전면 도입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돼 국제 신인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각 보험사로부터 향후 대응계획을 제출받는 등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등 40명은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 교육센터에서 보험권 국제회계기준 도입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가용자본 하락에 대비해 '단계적 책임준비금 추가적립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보험사들은 올해 말부터 단계적으로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LAT 할인율을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앞으로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부담을 분산하기로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이 줄줄이 파산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인 자본확충은 물론 영업점 통폐합, 희망퇴직 등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는 2021년에 보험산업 전체에 쓰나미에 가까운 충격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영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대형사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은 4년 안에 회계시스템을 뜯어고치고 막대한 자본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완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