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국민의당에 강경 발언 쏟아내⋯차기 서울시장 출마 포석
자유한국당보다는 국민의당이 ‘타깃’⋯집토끼 ‘호남’ 되찾기 전략도

여의도에 ‘추풍(秋風·추미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준용 특혜입사 제보 조작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달 28일부터 국민의당 지도부를 정조준,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냄으로써 ‘청문회 정국’은 ‘추미애 정국’으로 전환됐다. 거센 ‘추풍’으로 새 정부 장관 청문회도 실종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대표의 ‘독고다이(단독) 행보’도 빛을 바랬으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마저 요원해졌다. 국민의당과의 ‘협치전선’은 아예 회복불능 상태다.

추 대표는 지난 6월28일 민주당 회의에서 “국민의당이 대선기간 저지른 참으로 끔찍한 정치공작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것은 ‘국민의당 대선공작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30일에는 “한편으로는 윗선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그동안 국민의당이 극구 부인해왔던 ‘윗선 지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을 멘붕으로 몰고 간 문제의 ‘머리 자르기 독설’은 7월6일에 나왔다. 추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단독범행이라고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 않느냐.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7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린 충남·세종 민심경청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다음과 같은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당 대선조작 게이트는 일찍이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다. 이런 네거티브 조작의 특징은 관련자가 먼저 안 나서고 방패막이를 세운다는 것이다. 조작 아닌 진실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직접 나섰을 거다. 그런 것이 바로 네거티브 조작의 특징이고 그런 사실과 그 결과 후폭풍을 용인한다는 것으로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죄를 죄로 덮으려 한 것만 봐도 미필적 고의다. 박지원 선대위원장은 죄를 죄로 덮기 위해 직접 본인 명의로 대표인 저를 직접 나서서 고발까지 했던 거다.”

이에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는 이렇게 규탄했다. “첫째, ‘머리 자르기’ 표현은 인간적 도리를 넘어섰다. ‘꼬리 자르기’의 비틀기식 표현이라 항변할 수 있겠으나,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정치적 용어로써는 매우 부적절한 비인간적 표현이다. 둘째, ‘형사법적 미필적 고의’를 지적한 것은 집권여당대표로서 진행 중인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추미애 대표는 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었지만 지금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특히 권력사정기관의 오판을 부를 수 있는 발언이나 표현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셋째, 추대표가 사과는커녕 작심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국민의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협치포기’ 선언이다.”

추 대표는 무엇 때문에 그럴까. 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인가. 그 배경은 진짜 무엇인가.

추 대표의 강경발언 배경에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도전이 확실시됨에 따라 민주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을 압도하고 박 시장과의 양자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다. 박영선신경민우상호이인영 의원을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 등의 출마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길은 인지도와 서울시장 적합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추 대표는 이미 서울시장후보캠프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추 대표의 지지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추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문자부대’를 탐냈다.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했고, ‘문준용 제보조작 사태’가 불거지자 “바로 이것이다”고 판단, 이른바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대표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과 관련해 “곤혹스럽다. 이제 국민의당과 합의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장관 후보자도 처리해야 하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싸울 자신 없으면 사퇴해라”,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박자를 맞춰라” 등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

셋째, 국민의당을 차제에 ‘붕괴’시킴으로써 지지기반인 호남세력이 민주당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의당 고사작전’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평소 추 대표는 자신의 고향이 대구이지만 남편 서성환 변호사의 고향이 호남이어서 자신의 지역기반을 호남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을 이번 기회에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서울의 호남세를 얻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추 대표는 손자병법의 ‘우직지계(迂直之計)’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는 도는 길이며, ‘직’은 지름길이다. 적이 방비하지 않는 곳을 통과해 적이 예상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는 우회 전략이다. 영국의 전략 사상가 리델 하트(Liddell Hart)가 ‘전략론’에서 강조한 ‘간접 접근’과 맥락이 같다. 즉, 추 대표는 서울시장후보가 되기 위해 ‘직(直)’보다 우(迂)를 택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공격하는 것보다 국민의당을 공격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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