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세부평가 대상 중소기업 선정작업 착수
엄격해진 신용위험평가…한계기업 '칼바람' 예고

▲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의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가 본격화한 가운데 기업 재무진단 작업이 예년에 비해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어서 올해에도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퇴출 칼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사진은 지방의 한 중소기업 공장 모습.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부실 중소기업을 골라내는 옥석 가리기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봐주기·온정주의식' 신용위험평가 덕에 빚으로 근근히 연명해 온 중소기업에 대해 강력한 퇴출 의지를 다지고 있는 데다 은행들도 부실기업을 상대로 한층 세밀한 돋보기를 들이밀 예정이어서 올해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부담 속에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한계기업에 대한 퇴출작업이 강도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달부터 부실 중소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첫 단추인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별로 세부평가를 받기 위한 대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인 기본평가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3개월여간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오는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에는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을 경계로 상반기 대기업 평가와 하반기 중소기업 평가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평가는 4~6월 기본평가 및 세부평가를 거쳐 7월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고, 중소기업 평가는 7~10월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 연말께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한다.

금융당국와 채권은행은 기업 신용위험도를 A~D등급의 4단계로 분류한 뒤 하위 등급 기업의 퇴출을 유도하게 된다. C등급(워크아웃)을 받은 기업은 자산매각, 재무구조 개선 등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추진되며, 최저등급인 D등급(법정관리) 기업은 기업회생절차나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에 기업대출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신용위험평가를 요구해왔다. 앞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4월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신용위험평가 체계의 미비점을 개선해 온정적 평가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동안 채권은행들은 기업과의 장기 거래관계 등을 이유로 온정적인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더러 존재했고, 이로 인해 진작 퇴출당했어야 하는 한계기업이 정상기업으로 연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은행 모두 중소기업대출의 부실화 차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데다 신용위험평가 대상이 확대되고 평가 잣대도 한층 엄격해진 만큼 올해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중소기업은 지난해 수준 만큼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제조업체와 전자부품·자동차·식료품 등 경기민감업종 중소기업이 대거 구조조정명단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중소기업은 총 176곳으로 C등급 중소기업은 70곳, D등급 기업은 105곳이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C·D등급 기업은 전년보다 1곳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신용위험 평가 대상이 된 기업(2035곳)은 100곳이나 넘게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중견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좋아지는데 반해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의 신용위험은 커지는 등 기업 규모별 신용위험의 양극화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상시적으로 기업 재무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지난해 구조조정대상 중소기업이 워낙 많았던 만큼 올해에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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