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주’ 탈당과 지난 대선 때 네거티브 공세부터 반성해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치입문 이후 최대위기를 맞이한 안 전 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습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먼저 그가 밝힌 ‘정치적, 도의적 책임’과 ‘모든 것을 내려놓고⋯’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그에게는 내려놓을 게 없다. 대선과정에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아무런 당직도 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계은퇴’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즉답은 피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은 일정한 칩거생활을 하겠다는 뜻이고, ‘당을 위해 고민하겠다’는 말은 국민의당을 탈당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을 한 것도 당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 즉, 탈당이나 정계은퇴를 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 동안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책임지겠다는 말은) 아직은 정치 현장에서,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안 전 대표는 오는 8월27일 개최되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에는 대표경선 출마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대표경선 불출마’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말이 지향하는 전부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핵심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계은퇴에 버금가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018년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차기 대선불출마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차기 대선불출마가 바로 정계은퇴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고, 대신 ‘반성과 성찰’로 시간을 보내면서 차기 대권도전을 위한 내공을 쌓는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새정치’로 ‘안철수 현상’을 일으켰다. 국민적 기대를 모았다. 대권주자로서 대중적 지지도 역시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참담한 심정’이란 말이 이를 잘 표현해준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서적과 대학, 논어 등 동양고전을 정독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여유당전서'의 '원정(原政)'에서 정치에 대해 ‘政也者 正也 均吾民也(정야자자 정야 균오민야·정치란 바로잡는 것이고 백성을 고루 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정(正)'이 핵심 키워드 다. '正'는 '一'과 '止(지, 멈추다)'의 합성어다. 즉 ‘正’은 '하나로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하나를 끝까지 유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안 전 대표에게 ‘一’은 ‘새정치’이고 ‘止’는 이를 마음속에서 한시도 놓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다. 그가 ‘새정치’를 일관되게 구현했다면 오늘과 같은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새정치’를 내걸고 창당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지난 대선 때 네거티브 공세를 폈던 것부터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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