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조작 파문’ 등 위기 속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 잇단 탈당 검토
당 안팎에서 ‘구당담론(救黨談論) 끊이지 않아⋯정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대선패배와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이 8·27전당대회를 통해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불과 40여일을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당 안팎에서 다양한 ‘구당담론(救黨談論)’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후보들은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당선될 수 없다고 보고,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연일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8·27전당대회에서 당의 얼굴을 새롭게 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멸할 것”이라며 ‘새얼굴’을 찾고 있다.

국민의당 한 핵심 관계자는 17일 “현재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빅4’로는 희망이 없다. ‘뉴(NEW)국민의당’을 만들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당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0대에서 몇 사람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빅4’는 정동영·천정배 의원과 김한길 전 대표, 문병호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 11일 “당을 위기에서 구해보고자 출마하고자 한다.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는 방향성이 중요하고 동시에 속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2의 몽골 기병론'으로 속도감 있게 개혁의 경쟁자로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서 국민의당 지지자들과 당원들께 부끄러운 현실을 벗어나서 자부심을 찾아드리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천 의원은 16일 “국민들의 꾸지람과 질책을 듣고 채찍 삼아 재건과 재기의 도약으로 삼겠다. 제가 대신 욕을 먹는 '욕바지'도 마다하지 않겠다. 제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당의 위기를 이겨내는 데 앞장서겠다”며 당 대표 출마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23일쯤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한 때 국민의당 최대 계파를 거느렸다. 국회의원 20여명이 ‘김한길계’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대선과정에서 ‘안철수계’가 최대 계파가 됐다. 그러다보니 김 전 대표는 정치적인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새롭게 세(勢)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가 좋은 기회다. 그래서 고심하고 있다. 문 전 의원도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 재기를 위해선 당권도전에 나서야 하지만, 세가 약해진 현재로서는 주춤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일각에선 ‘40대기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가 ‘헌정치’로 변해버린 만큼, ‘올드패션’이 아닌 ‘뉴패션’으로 당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빅4’가 아닌 ‘40대기수’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애기다. 장진영 전 대변인(46), 김철근 전 대변인(49), 정호준 비대위원(46), 이언주 의원(45) 등 ‘뉴4’로 지도부를 구성해 ‘뉴국민의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아파트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 전 대변인은 “어정쩡한 중도프레임을 깨고 강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표도 최고위원도 모두 젊은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제와 탈 원전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유한국당이 ‘국민 1%를 위한 정당’이라면 민주당은 ‘국민 10%를 위한 정당’이라고 지적하고, 국민의당은 ‘국민 90%를 위한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변인은 야당에서 잔뼈가 굵은 소장파로 언론과의 관계가 좋다.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전략적 마인드도 갖췄다. 그는 “빅4는 정치적 관성에 젖어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만으로는 국민의당이 회생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제3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은 정일형(할아버지)-정대철 전 의원(아버지)에 이어 “야당의 정통성을 ‘핏줄’로 계승했다”며 새로운 정치적 지도력으로 국민의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포부다. 국민의당이 민주당보다 정치적 정통성을 담보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급식노동자 비하 발언' 파문으로 곤경에 빠졌지만, 연일 여당과의 ’정치적 각‘을 세우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성대표 트로이카에 맞설 국민의당 주자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국민의당은 최근 4~5%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대선패배 때문만이 아니다.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 때 ‘문모닝’과 ‘문준용 의혹’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도 오늘의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인식론적 상징이 존재론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명제를 잊은 탓이다

국민의당에 정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새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새 인물이 국민의당을 이끌어야 한다.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2017일 8월27일이 마지막일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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