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무기계약직이란 고용 안정성은 있지만 임금 체계, 승진, 각종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은 비정규직에 가까운 직군이다. 사실상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시 돼왔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1147명), 서울시설공단(450명) 등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11곳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이다.

내년 초부터 정규직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정원 외 인력으로 놓여있던 무기계약직을 기존 정규직 정원과 합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시 산하 기관들이 정규직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총인건비가 증가하면 행정자치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경영평가 점수가 낮으면 직원 임금(성과급)이 줄었기에 적극적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나 현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영평가 방식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졌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기간제 근로자 1087명은 정규직화가 가능한지 판단해보고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는 각 기관이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육아휴직 대체자 등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력만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규직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종 차별을 받아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고용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서울시 산하 기관을 넘어 민간에도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내년 9천원대, 2019년엔 1만원대로 올린다. 생활임금은 근로자(3인 가구 기준)가 주 40시간 일해도 실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비·교육비·교통비·문화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가 등 서울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올해 생활임금은 8197원으로 최저임금(6470원)보다 1727원(27%) 많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투자출연기관 근로자, 기간제·민간위탁 근로자에게 단계적으로 생활임금을 적용해왔다. 올해는 1만5000명이 적용받는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77억원)과 생활임금 인상(234억원)에 소요되는 재원은 내년 중 311억원가량이다. 생활임금을 1만원대로 올리면 520억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다.

근로자가 100인 이상 고용된 16개 투자출연기관에는 올해 안에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한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영 참여제도다.

'노동조사관'을 신설해 노동권 침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서울시가 자체조사를 나가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근로감독관이 있지만, 감독관 수에 비해 사업장이 너무 많아 소규모 사업장은 외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조사관의 조사 결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지방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기능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