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은 도시 확장 안 되는 섬⋯고층화 필수지만 재건축 속도 늦어
대부분의 건물 재건축 못하는 ‘역사보존물’⋯수요공급 불일치도 한몫

▲ 32번가 한인타운 부근의 한 콘도 40층에서 본 맨해튼 5번가 북쪽 모습. 왼쪽에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432 파크’ 빌딩이 보이고 오른쪽에 크라이슬러빌딩의 첨탑이 보인다.

뉴욕 맨해튼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이다. 미국 경제가 안 좋아도 오르고, 좋으면 로켓처럼 수직 상승한다. 세계 경제를 불황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2008년 서브모기지 사태가 좋은 예다. 이를 몰고 온 원흉회사들이 맨해튼 파이낸셜 지구에 몰려있건만 뉴욕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맨해튼 부동산은 ‘하락’이나 ‘정체’라는 단어를 모른 채 불패신화를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뉴욕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까?

우선 뉴욕 맨해튼의 지리적 특성을 들 수 있다. 맨해튼은 섬이다. 동쪽으로는 이스트 강, 서쪽은 허드슨 강, 남쪽은 대서양, 북쪽은 할렘 강이 흐른다. 섬은 물리적 한계로 도시의 평면 공간 확장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벨탑처럼 높이 올려야 한다. 지리적 약점이 오히려 투자 상품으로는 훌륭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대 애송이 시절부터 맨해튼 부동산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줄곧 강조했던 바로 그 조건이 ‘위치’ 개념이다.

맨해튼의 면적은 60㎢정도다. 우리나라의 강남구(40㎢)나 서초구(47㎢)보다 조금 더 넓다. 한강변을 따라 반포에서 잠실까지 정도의 기다란 작대기 형태의 땅이다.

이 작은 땅에서 공급을 늘 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층화지만, 이 또한 속도가 빠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재건축을 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지만 미국 시스템은 더욱 더 느리다. 10년이면 상당히 빠른 개발이라고 하며, 보통 20~30년이 다반사다. 그러니 기존 건물을 헐고 재건축해서 신규 공급하는데 엄청 더딜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다.
 
더욱이 맨해튼 내 건물 절반가량이 100년을 넘긴 역사적인 건물이다. 뉴욕 건물 대부분이 1920년대 경기호황 당시 건축됐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건물을 지으면서 너무나 심혈을 기울여 현재 재건축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즉 뉴욕 빌딩은 고전적이며 웅장한 모습과 르네상스식 외양 등으로 지어져, 뉴욕시는 대부분 역사보전물로 지정해 놓았다. 이로 인해 이들 건축물들은 철거하지 못하고 내부 리모델링만 가능하다. 이런 탓에 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거 가구 수의 증가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수요 증가도 뉴욕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미국 내 수요층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유학생과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이 몰려들면서 뉴욕 부동산 구매행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 타임스퀘어 광장.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만명이 몰려들어 매우 붐빈다. 미국 자본주의 심장답게 타임스퀘어 인근 빌딩은 꼭 광고판을 달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광고비가 매우 비싸지만 이곳에 광고를 하려는 기업들이 줄 서 있을 정도다.

뉴욕 부동산은 특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물건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에 아파트를 내놓으면 평균적으로 3~4개월이면 계약된다. 그러자 기존 부동산 보유자들도 자신의 물건은 시장에 내놓기를 꺼린다. 내놓기 무섭게 팔리지만 정작 본인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매물 부족 악순환에 일조하는 셈이다. 이런 만성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벌써 수십 년간 계속 되고 있다.

맨해튼의 최근 20년간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단계적으로 가격을 다지면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7년 정체하다가 3~5년 사이에 급등하는 패턴이다. 2008년 서브모기지 사태 때 맨해튼 집값은 평균 12% 하락했지만 2~3년 뒤 대부분을 상쇄하고 폭등했다. 지금은 10년 전보다 평균 두 배나 올랐다. 핵심 인기지역은 3배가 뛰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부동산 가격도 들썩인다. 올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정책과 금융규제 완화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러한 방침들은 분명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이 효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맨해튼이야 미국 경제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지역이 되어버렸지만, 미국 경제가 호황이면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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