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7대 은행 점포 5337개…전년비 181개 줄어
CD기·ATM기 등 자동화기기도 1년새 2641개 급감
금융 공공성에 역행…소비자 피해·불편 가중 우려

▲ 최근 본격화하는 시중은행의 급격한 점포 폐쇄와 CD기·ATM기 등 자동화기기 축소 움직임이 대표 금융기관인 은행의 공공성을 해치고, 지역민과 노년층 등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지점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한국씨티은행 역삼동 지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시중은행의 동네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비용절감 위해 시중은행들이 대대적인 점포 폐쇄에 돌입한 탓이다. 오프라인으로 돈을 뽑을 수 있는 현금인출기(CD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등 자동화기기를 찾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비대면거래 확산'을 이유로 금융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고령자, 지역민 등 금융소외계층의 불편은 외면한 체 수익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SC·씨티 등 7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5337개로 1년 전(5518개)에 비해 181개(3.3%)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1133개→1074개), 우리은행(953개→919개), 하나은행(972개→868개), 농협은행(1179개→1168개), SC은행(256개→249개) 등의 점포가 감소세를 보였고 신한은행(892개→926개)만 유일하게 영업점이 늘었다. 씨티은행은 133개로 변동이 없었다. 

점포 통폐합 여파에 은행원도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7개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총 8만1118명으로 지난해 3월 말(8만6269명)보다 5151명(6.0%) 감소했다.

은행들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데에는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점포 생산성이 크게 저하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비율은 80.6%에 달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기, ATM기 등 자동화기기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추세다. 은행권의 자동화기기 수는 2015년 말 5만1115개에서 지난해 말 4만8474개로 1년 사이에 2641개나 줄었다. 이는 2003년 이래로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감소세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씨티은행은 디지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7일부터 전례없는 대규모 점포 폐쇄에 돌입했다. 최근 노조와의 교섭과정에서 소비자 영업점 101개를 폐쇄한다는 애초 계획을 수정해 90개만 없애기로 결정했지만, 이 규모도 전국 영업점(126개)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은행들은 이런 점포 감축이 디지털로의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은행 점포의 감축 행보가 금융 공공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금융취약계층인 지역민과 노년층이 겪어야 할 불편과 피해는 외면한 채 이익 극대화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998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점포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며 "은행의 일방적인 대규모 점포 폐쇄에 따른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은행법 개정 등 제도적 미비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과도한 점포 폐쇄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점포 폐쇄와 관련한 감시 및 모니터링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 자료에서 은행의 점포 통·폐합에 대해 "자율적인 경영판단 사항"이라면서도 "소비자 피해나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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