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서 설움 받던 유태인 2차대전 이후 대거 뉴욕 정착
유대인 땅 소유 한(恨) 풀어⋯‘사지만 절대 안 판다’는 불문율
부동산 70% 소유⋯유대인 움직이지 않으면 신규개발 엄두 못내

▲ 루즈벨트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맨해튼 미드타운 동쪽 강가 빌딩 스카이라인. 멀리 UN건물도 보인다. 가운데 검은 빌딩은 트럼프가 개발한 72층 높이의 호화 콘도인 ‘트럼프 월드 타워’다.

뉴욕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유대인들의 부동산 매입이다. 뉴욕 부동산 이야기를 하려면 이들의 이면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유대인은 전세계 인구 중 0.2%인 1300여만명이다. 그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40%를 차지한 것은 상식이고, 두뇌가 남다르며 경제적 관념 또한 다른 민족이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뇌섹민(뇌가 섹시한 민족)’이다

유대인 1300만명 가운데 절반인 700만명이 미국에 살고 있다. 정작 이스라엘에는 600여만명이 살고 있어, 본토보다 미국에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은 특히 뉴욕을 좋아해, 이곳에 180만명이 몰려 산다.

유대인은 3000년동안 디아스포라(Diaspora)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이다. 이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러시아,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흩여져 살면서 학대와 멸시로 한 많은 삶을 영위해왔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거주했던 도시나 나라는 엄청난 부를 이뤘지만 이들이 떠난 뒤 곧바로 쇠락해 진 것이다. 16세기 스페인이 그랬다. 당시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바탕으로 지중해 해상무역을 독점하면서 패권을 차지했지만 유대인을 쫓아내면서 중소국가로 전락했다. 반면 이들이 이주한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명실상부한 세계 금융, 상업국가로 재탄생했다.

그러한 그들이 19세기 유럽에서의 끝없는 학대와 고통을 피해 신세계로 이주한다. 바로 미국, 그리고 뉴욕이였다. 뉴욕 거주 유대인은 1880년 8만명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200만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면서 뉴욕이 세계 최고 최대의 금융, 경제 도시로 급성장했다.

▲ 맨해튼 렉싱턴 60번가에 새로 짓고 있는 럭셔리 콘도 빌딩 모습. 유대인들이 뉴욕 부동산의 70%를 소유하고 있어, 이들이 참여하지 않은 개발 분양 프로젝트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유대인이 많이 거주할수록 그 나라의 경제력이 부강해지는 ‘동행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수천년 동안 유대인들은 유럽 각국에서 땅을 소유할 수가 없었다. 각 나라 정부는 토지 취득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현금과 그림, 골동품 등만으로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유대인이 토지소유에 대한 한(恨)을 푼 곳은 뉴욕이었다. 미국 특히, 뉴욕의 관용성과 기회의 공평성, 그리고 자유스런 공기가 그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놓게 만들었다.

뉴욕에서 유대인 역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당대에서는 근근이 먹고 살았지만 근면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결국 다음 세대에 재산을 모았다. 그렇게 집 한 칸 사고, 작은 건물 매입으로 재산을 불린데 이어 100여년 만에 빌딩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뉴욕 부동산 주인의 70%는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부동산투자에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buy, hold and forever’

그들은 부동산을 매입하면 절대 팔지 않는다. 오로지 관리만 한다. 그리곤 후손에게 물려준다. 이를 물려받은 자식은 건물을 잘 관리한 후 이익을 남겨 옆에 작은 집 하나를 더 매입한 후 또다시 자식에게 물려주고 죽는다.

뉴욕의 부동산 매물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천년 동안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땅’에 대한 소유의 한을 ‘토박이 없는, 너도 나도 모두 똑같은 타향살이’인 미국 그리고 뉴욕에서 유대인이 한을 푼 것이다.

유대인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나아가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맨해튼의 신규 부동산 개발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커넥션과 공동개발을 통한 상호 이익이 없다면 자체 개발은 불가능하다.

맨해튼 내 고가의 콘도 신규분양이 나오자마자 팔리는 현상을 그래서 이해하기 쉬운 것이다. 분양한지 6개월이 지나 분양가격을 인상해서 팔고 있는 작금의 기이한 판매방식을 우리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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