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재판받는 와중에 반성없이 대표이사 등극 적극 홍보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배임혐의로 고발까지…적폐청산 제대로 될까

▲횡령혐의로 재판중인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자숙하지 않고 조현준 효성 회장의 '요란한 대관식'이 뒷말을 낳고 있다. 급기야 참여연대가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100년 효성'을 책임지겠다는 조 회장의 포부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이 회장직에 이어 대표이사 자리까지 부친 조석래 전 회장에게 물려받으면서 효성가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분식회계에 따른 증선위 해임권고는 물론 1300억원대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지 않았던 조 전 회장은 공교롭게도 비리재벌 총수에 대한 엄벌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효성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조현준 회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사실상 3대째 경영권 대물림이 현실화되는 '대관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조 회장 선임과 동시에 회사 측은 조 회장이 실적 개선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성과중심의 조직체계 개편, 경영시스템 개선, 스판덱스 등 주력사업 부문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 등에서 회사 성장에 이바지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 회장이 이끌어온 섬유PG는 현재 효성 그룹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회사돈에 손을 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자료까지 내고 대대적으로 대표 선임 사실을 알린 것은 너무 요란스런 ‘회장님 띄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 회장은 회사 돈을 술값, 귀금속, 스포츠레저용품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앞서 올초 회장직 선임시에도 비슷한 쓴소리가 나왔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경제개혁연대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두 번이나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고도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조현준 회장은 회장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단과 비교된다. 김 회장은 이날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만찬 회동에서 나가지 않았다. 대신 금춘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집행유예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대표 선임과는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두 사람 다 집행유예중으로 근신해야할 상황에서 너무 다른 판단이 나왔다는 평가다.

더욱이 효성의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효성투자개발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한 CB를 사실상 인수해 조현준 사장의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효성그룹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대기업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불공정거래 기업들에 대한 엄중 제재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조 회장은 배임혐의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27일 조 회장 등 주식회사 효성 사내이사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조현준 회장과 그의 부친 조석래 전 회장, 동생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 사장, 이상운 부회장, 정윤택 전 사장 등을 고발했다"면서 "이들은 효성그룹에 속한 주식회사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재정상태가 어려운 사실을 알면서 효성이 약 545억원어치 주식을 인수하게 해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올초 회장 취임사에서 “100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오늘부터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경청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미 창립 51년이 된 효성의 앞으로 50년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그의 포부는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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