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유통기업의 자체 브랜드(PB)상품의 이익 배분 구조가 공평하지 않아 납품 중소 제조업체는 영업이익은 향상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실상 기업형 유통업체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발표한 KDI 포커스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의뢰해 생산한 제품에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의미한다. 이마트 '피코크', 홈플러스 '싱글즈 프라이드', 롯데마트 '프라임엘'과 같은 대형마트 PB상품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씨유(CU), 세븐일레븐, GS25와 같은 편의점에서도 PB상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형마트 3사, 대형슈퍼마켓(SSM) 3사, 편의점 3사의 PB 매출액을 합한 규모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유통업체의 실적도 좋아졌다. 2006∼2014년 도소매업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 PB상품 매출비중이 1%포인트(p) 상승하면 점포당 매출액은 평균 2천230만원, 유통이익은 270만∼9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이익이 사실상 납품업체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PB상품을 납품하는 국내 제조업체 1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에서 PB상품 매출비중이 증가할수록 매출액은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은 PB 매출비중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전체 매출액은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PB상품을 납품하면 그만큼 자사 브랜드 상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자기 잠식 효과가 나타났다.

소형 제조업체는 PB상품 납품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지 않았다.

보고서는 유통업체 유통마진율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제조업체 영업이익률보다 높다는 데 주목했다. 거래상 지위 불균형 탓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 불공정거래행위가 적지 않다는 점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조사결과 PB 납품업체 309개사 중 30개사(9.7%)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34%)가 가장 많았고, 포장변경비용 전가(22%), PB 개발 강요(14%), 판촉행사비용 부담(12%), 부당반품(12%)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한국 소매업 전체에서 PB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3.1%로, 추가 확대 여지가 많은 만큼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상품 기획·생산 과정에 개입하므로 납품업체 경영정보에도 접근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실태조사를 벌일 때 PB 제조업체를 상대로 유통업체의 경영정보 제공요구 금지조항 위반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아울러 제조업체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보복행위를 우려해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공정위 직권조사 강화와 위반에 따른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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