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으로 무역구조 경쟁관례로 전환⋯첨단분야에서 상호보완적 경제관계 재정립해야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1992년 수교 이후 25년간 양국 관계는 교역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교역 규모는 1992년 64억 달러에서 2016년 2114억 달러로 약 33배 늘어났다. 이중 수출은 1244억 달러로 1992년에 비해 47배, 수입은 869억 달러로 2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중국의 수입 1위국이자 수출 4위국으로 부상했다.

수교 이후 마늘 파동, 동북아 공정, 북핵 문제 등 여러 위기가 있었음에도 이처럼 빠른 시간에 교역 규모가 증가한 것은 양국간의 경제 구조가 경쟁관계에 있지 않고 상호보완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이 우리나라의 원부자재를 가공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최대의 수출국이고, 중국은 우리나라의 원부자재를 이용한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사드 갈등을 계기로 악화되기 시작한 양국의 관계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이유가 중국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가 이전의 한중 갈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국의 안보에 중대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우리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드 배치 발표 이전인 지난해 5월에 작성된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생각하는 대중국 수출 경쟁기업’으로 중국 내수기업이 41.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소비재, 원부자재 수출기업 모두 중국 현지기업을 최대 경쟁상대로 꼽은 가운데 원부자재 수출기업이 소비재보다 중국기업과 경쟁이 더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재:37.0%, 원부자재:42.9%). 이미 중국의 원부자재 생산 기업이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대두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발표한 ‘KDI 경제전망’ 보고서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가공무역을 통해 다시 해외로 수출된 비중이 2007년 39.4%에서 2014년 25.8%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중국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성장해왔으나 중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치·외교 문제의 마찰로 인해 상호보완 관계는 급격하게 축소되고 경쟁 관계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은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관계 정립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최근 한·중간 갈등의 원인이 사드 배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사드 배치가 순수 방어용이라는 사실을 끈질기게 설득해서 지난 25년간의 경제협력의 성과를 지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존의 원부자재를 중심으로 한 상호보완적 경제관계가 약화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보완 관계를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협력 관계에 주목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지금 4차 산업혁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에 비해 우리가 경쟁 우위에 있는 콘텐츠 분야 등 첨단 서비스 분야에 발 빠르게 진출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값싸고 품질 좋은 원부자재를 중국에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향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산업 분야에서 제2의 상호보완적 경제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