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조계 개혁 바람 거세⋯‘바보 이재용 작전’ 결코 성공 못해

외신은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의 머리카락(samsung’s hair)’이라 칭한다. 즉 유능한 경영자라기 보단  유산을 받아 총수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속자란 설명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이재용은 삼성의 실질적인 경영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능력에 관계없이 모두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가 졸지에 ‘바보’로 둔갑됐다. 국민 모두가 지켜 본 공판정에서다. 실권 없는 핫바지 부회장이라는 변호 전략은 1심 재판 결심날 변호인들이 내놓은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세계적 이목에도 불명예가 쓰여 질 정도의 이 ‘바보 변호 전략’을 보며 뭔가 스마트 세상과 동떨어진 오만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대다수 국민을 바보 취급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변호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태평양 로펌이고 다른 한 축은 언론홍보팀이다. ‘바보 핫바지 전략’을 주도한 법정 변호 군단은 송우철(전직 부장판사)이 이끄는 태평양 변호인들, 초기 20여명으로 시작된 참여 변호사는 연인원만 30여명이 넘는다는 변호사업계의 전언이다. 변호인 수나 수임액 역시 업계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 건에 김앤장은 물론 타 로펌들도 시샘하는 것도 사실이다.

태평양로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민정 특보를 지낸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오랜 기간 소속되어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잠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로또 건 같은 사건을 맡았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태평양 변호인들로서는 새 정권과 물갈이 검찰이 여간 편치 않은 국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선고를 불과 4일 앞두고 단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의 등장에 따른 법원 분위기까지 감안해보면 결코 예사롭지 않는 상황이다.

외곽 변호인역의 언론홍보팀 또한 로펌과 보조를 맞추면서 이재용 ‘무죄 선무작전’을 열심히 수행해 왔다. 언론 우군을 대상으로 ‘무리한 특검수사’를 부추기고 이재용 ‘눈물의 항변’을 내세운 것도 해체된 미래전략실 인사들과 그룹 홍보팀이 이뤄낸 일이다. 신문만 보면 그의 뇌물죄는 없다. 외견상 언론 변호팀들은 법정 변호인보다 더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럼에도 ‘바보 이재용 변호작전’이 결코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언론이나 법조 모두 개혁의 칼바람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장충기 수첩 게이트’는 ‘삼성 장학생’들을 일시에 위축시켰다. 어느 정도만 삼성편을 들었어도 주간지에 흘러질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언론 치부는 공개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특검 관계자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그로서는 이제라도 바보로 각인된 자신을 변호할 방법을 찾는 게 올바른 선택일 듯하다. 최고의 변호인은 자신이란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선고일의 메시지 내용은 그의 운명을 가늠하는 여론의 방향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국민의 사랑 속에 커왔건만 실망시킨 일이 많았습니다. 세계적 기업이 됐으나 정경유착의 관습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 부작용도 야기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오래 수감생활을 하겠으나  삼성은 더욱 발전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가설이지만 이같은 메시지 채택 여부는 전적으로 이재용 자신의 몫이다. 만일 그가 선고일에 맞춰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분명 짧은 시간 회생여론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변론작전을 잘못 진행한 변호인들에게는 책임도 묻고 과감하게 물려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변호인들이 밝히는 판박이 항소의 각오가 또 나온다면 이재용과 삼성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른다.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국정 흐름을 지켜보면 ‘바보 부회장 변호작전’이 얼마나 헛발질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진솔한 메시지가 ‘이재용 핫바지 부회장’의 오명을 씻는 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춘발 제28대 한국기자협회장, 전 KBS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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