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갑작스런 출마, 참신한 후보 부재, 투표방식 문제 등 겹쳐 흥행 부진
신진기예 지도부에 도전해야 당 활력⋯최고위원 등 도전 장진영·장성배 주목

국민의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전당대회’가 시들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27일 국민의당 중앙위원회가 의결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의 새 당헌당규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경선이 치러지고 있으나 국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19대 대선 제보조작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당 지지도가 4%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6%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당 지지도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런 출마로 국민의당이 ‘친안(親安)’과 ‘비안(非安)’으로 분열됐기 때문이다. 안 후보에 대해 ‘비안’들은 ‘유체이탈 화법’, ‘외계인’, ‘권력의 금단현상’ 등이란 발언까지 동원해 공격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기름을 부었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이면 왜 당대표경선에 나왔느냐”는 지적이 많다.

셋째, 국민의당 당권후보들의 면면이 참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이언주·정동영·천정배 후보(기호순)가 TV토론에서 열변을 토해도 이를 언급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대다수 국민들은 전당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당권후보들에겐 새 얼굴이 전혀 없다. 안 후보는 ‘새 정치인’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넷째, 두 단계의 투표방식에 문제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의 케이보팅(K-voting) 시스템에 따라 실시된 온라인 투표(8월22일~23일 실시)와 ARS 투표(25~26일 실시)는 국민참여를 저조하게 만들었다. 국민은 현장에서 기표하는 전통적인 투표 방식에 익숙하다. 온라인 투표와 ARS 투표는 싱겁다고 생각한다. 18.95%의 온라인 투표 참여율이 이를 말해준다. 선거인단 24만1287명 중 휴대전화 번호가 중복됐거나 유선 전화번호를 입력한 선거인을 제외한 22만4556명 중 4만2556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을 뿐이다.

다섯째, 선출직 최고위원을 2명으로 제한 당헌당규도 전당대회 흥행을 어렵게 했다.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는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 최고위원 2명, 일반 당원의 투표로 뽑는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 당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지명하는 1명의 최고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2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동섭·김용필·김진성·장진영·박주원 후보(기호순)등 5명이다. 여성최고위원 후보로는 전정희·박주현 후보, 청년최고위원 후보로는 장성배·이태우·심철의·배준현 후보가 뛰고 있다. 그러나 전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당원들 사이에서 누가 인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일수록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야 신진기예(新進氣銳)들이 지도부에 도전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신진기예의 당권도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5명의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미흡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동섭 후보는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보궐선거에서 출마를 포기하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의 심복’이다. 그래서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태권도 9단이다. 김용필 후보는 충남도의원으로 국민의당 정책위부의장을 맡았다. 김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7년간의 도의원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당권보다 지방권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김진성 후보는 경기도 동두천의 경희이담한의원 원장이다. 평당원인 한의사가 최고위원에 도전했다는 게 이채로운 대목이다. 그가 당선이 된다면 정당사상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장진영 후보는 국민의당 대변인 출신이다.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고 젊은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소비자를 대변한 ‘소비자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 있었으면 금배지를 달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발탁됐을 것이라고 한다. 박주원 후보는 경기도 안산시장 출신으로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안산상록갑지역위원장이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초록호루라기를 불어 당을 살리겠다”면서 호루라기를 들고 다닌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후보는 두 사람이다. 장진영과 장성배. 장진영 후보는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했고, 장성배 후보는 청년위원장에 도전했다. 둘 다 40대로 젊은 후보다.

장진영 후보는 사법연수원 시절 국내 1위의 카드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이른바 ‘마일리지 소송’이다. 무려 8년 동안 김앤장 등과 맞서 5건의 소송을 모두 이겼다. 그 결과 카드회사가 부가서비스를 마음대로 바꾸는 나쁜 관행이 사라졌다. 그는 항상 소비자와 약자 편에 섰다. 이동통신회사를 상대로 스마트폰 로밍요금 폭탄소송을 비롯해 디젤차 환경개선부담금 소송, 스카이라이프 부당요금 소송, 용산국제업무지구 소송 등 대기업과 정부에 맞서 약자의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 대한변호사협회에 공익소송특위, 경실련에는 소비자정의센터도 만들었다. 그는 키도 훤칠하게 크고 ‘훈남’이다. 당원들에겐 인기가 많다. 일각에선 당대표경선이 아닌 최고위원경선에 출마한 게 아쉽다고 한다. 국민의당이 장진영 후보와 같은 젊은 정치인을 키우지 못한다면 비전이 없다.

장성배 후보는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아 혼자서 사무실 근무를 했다고 한다. 180명의 후보, 사무장 등을 비롯해 하루에 600여 명과 2~3통의 전화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시도당과 지역당 창당이 차질을 빚었을 터. 그 결과 ‘안철수팀’에 합류해 대선경선에서 안 후보의 ‘경선TF부실장’을 맡았다. ‘안철수는 건강밥상이다’ 라는 신조어가 그의 작품이다. 지난 대선 때는 조직을 담당했다. 그는 가장 성실한 청년 당직자다.

국민의당 한 고위인사는 “장진영과 장성배는 당의 보배 중 보배”라고 말했다. ‘8·27전당대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과연 국민의당은 회생하는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