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대여·유흥비 대납 등 금전거래 요구⋯납품비 미지급 민원은 1년간 ‘묵살’
미래부 감사결과 통보 뒤에야 처리 나서⋯징계 않고 사표 수리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위해 설립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직원의 ‘갑질’로 한 중소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생기원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권고도 무시하고 징계없이 해당 연구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면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일고 있다.

에코에프엠 김용수 대표는 생기원 연구원의 비위행위에 연루되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코에프엠은 소재부품전문기업 인증업체로, 애플이 아이폰에 적용하면서 화제가 된 ‘리퀴드메탈(액체금속)’ 관련 소재를 만드는 곳이다. 에코에프엠 제품은 스마트폰 코딩에도 쓰이는데 현재 미국 NASA 등 국내 외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3D프린터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건은 연구원인 A씨가 김 대표에게 ‘비정질 호일’의 납품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연구개발은 빨리 진행해야 하는데 연구비가 부족하다”며 차후 정산을 조건으로 김 대표에게 납품을 요청했다. 구두 계약으로 꺼림직했지만 대학동문이며 인연이 오래된 A씨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던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총 110여회 걸쳐 제품을 납품했다. 금액으로는 5억원에 달한다. A씨가 급하다고 하면 휴가중에도 회사에 나와 납품했다고 한다.

A씨는 금전거래도 수시로 요구했다. 김 대표는 “A씨가 지난 2011년 5월경 자신이 응모한 정부과제와 관련 공무원 접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1000만원을 빌려갔고 이후 전세 자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을 빌려갔다”고 말했다. 유흥비 대납도 있었다. A씨는 강남 고급 유흥업소를 이용한 뒤 돈이 부족하다며 김 대표에게 대납을 사정해 수백만원대 유흥비를 대신 결제했다.

하지만 A씨가 약속한 납품대금 정산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빌려간 돈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가 정산을 요구할 때마다 A씨는 “연구비가 나오는 대로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미래부의 감사결과 통보서 중 일부 발췌

참다못한 김 대표가 A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민원을 제기하고나서야 A씨는 빌린 돈과 대납된 유흥비를 갚았다. 다만 돈을 빌릴 때 이유로 제시했던 공무원 접대 등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르도록 물품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김대표는 다시 미래부에 민원을 넣었다. 미래부는 올초 ‘계약질서 훼손 및 행동강령 위반 등’ 제목으로 생기원에 감사결과를 통보하고 A씨에 대한 처분을 권고했다. 직무관련자에 유흥비 대납, 취업 청탁, 금전차용 후 미신고 등을 지적했다. 사실상 징계 권고다.

하지만 납품대금은 김씨가 요구한 금액중 4150만원가량만 인정했다. 더욱이 생기원 측은 지급 조건으로 ‘합의’를 내세웠다. 생기원은 김 대표가 납품한 제품을 바탕으로 관련 특허를 따냈고 2014년 12월경 삼성전자와 이 기술에 대한 전용실시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가 이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김 대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삼성과의 계약으로 개발자인 A씨와 생기원은 그에 따른 전용료 수입을 올렸다.

이후 생기원은 A씨가 사표를 내자 징계도 없이 이를 수리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민원을 제기해서야 빌린 돈을 갚고 사표를 내면 비위행위가 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생기원의 한 관계자는 “납품계약서 등 공식절차 없이 두 사람이 단가를 정하고 납품을 받은 데다 A씨는 본인의 계산으로는 대금은 모두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생기원이 직접 대금지급이나 계약 약속을 한 것이 없으므로 지불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래부의 감사 통보는 행동강령 위반에 대한 인사자료 활용, 유흥비 대납 수사의뢰, 납품대금 4149만9000원 지급 등을 강구하라는 내용이지 징계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며 “특허 부분도 에코에프엠은 생기원의 용역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고 해당 특허권 계약과 에코에프엠은 무관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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