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비자금’, 대일청구권자금, 베트남 전투수당 등 최씨 일가 재산 형성 ‘종자돈’
특검이 밝힌 재산만 2730억원⋯숨겨 놓은 천문학적 재산 특별법으로 조사·환수해야

최순실씨 일가의 은닉 재산은 얼마나 될까. 이들의 은닉 재산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며, 그 대부분은 과거 최태민씨가 관리했던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종자돈으로 삼아 국내외에서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은 지나 8개월에 걸쳐 독일에서 최씨 일가 은닉재산을 추적한 결과 대체적인 재산규모를 파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금융 추적과 국가 간 공조 확보가 가능한 조사권과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안 전 청장이 그동안 각종 언론인터뷰와 ‘국세청은 정의로운가’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과 필자에게 최근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종자돈’과 ‘조력자들’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안 전 청장은 ‘국세청은 정의로운가’에서 “최순실 일가 재산은 결국 박정희 재산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씨 일가 재산의 토대가 돈 종자돈은 박정희 정권에서 형성된 비자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종자돈은 다음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의 종자돈은 1976년 코리아게이트 사건이 터진 후 조직된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프레이저 위원회)가 1978년 10월31일 미국 의회에 제출한 ‘프레이저 보고서(Fraser Report·Investigation of Korea-American Relations)’에 언급된 비자금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잉여농산물 원조와 석유수출 과정에서 부적절한 집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전 청장은 프레이저 보고서를 근거로 박정희 정권이 잉여농산물과 석유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 20%를 떼어 대략 10억달러의 비자금을 만들었고,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8조4000억원의 규모이며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약 30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액수는 불분명하다. 프레이저 보고서에는 1967년 대선 때 공화당의 김종필·김성곤씨가 걸프(Gulf)사로부터 100만달러, 1971년 대선 때 850만달러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고, 미국 칼텍스(Caltex)사로부터 받은 돈이나 잉여농산물 도입과정에서 형성한 자금 규모를 합해도 8조4000억원이란 돈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의 종자돈은 대일청구권자금이다. 5억달러에 달하는 대일청구권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경제개발을 통해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일청구권자금 협상과 연계된 한일국교정상화 협상을 추진했다. 한국과 일본은 협상 끝에 1964년 12월18일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관한 비준서를 교환하고 1965년 6월22일에 한일기본조약 등 25개 협정을 정식으로 조인했다. 그 결과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포괄적 배상의 성격을 지닌 대일청구권자금을 일본으로부터 받게 됐다.

대일청구권자금의 규모는 무상자금이 3억달러, 유상재정자금이 2억달러, 기타 상업차관이 3억+α달러였다. 이 자금은 1966년부터 10년간 연차적으로 자금도입계획에 따라 집행됐으며,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주요재원으로 사용됐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안 전 청장은 이 자금의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포항제철은 독일차관(1억5000만마르크)으로 건설됐고, 고속도로는 베트남 참전 보상금으로 건설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유·무상 자금 5억달러의 행방이 묘연하고, 이 돈의 상당액이 ‘박정희 비자금’으로 은닉됐을 가능성이 크며 최씨 은닉재산의 종자돈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의 종자돈은 베트남 참전 용사의 전투수당이다. 1966년 3월 7일 주한미국 대사 W.G.브라운과 이동원 외무부 장관 간에 체결된 ‘브라운 각서(Brown Memorandum·한국군 월남 증파에 따른 미국의 대한 협조에 관한 주한미대사 공한)’에 따라 미군은 한국군 병장의 경우 매달 1명에게 전투수당(combat duty pay)으로 500달러를 지급했으나, 한국군은 이를 수령해 10%에 해당하는 50달러만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미육군성 베트남전쟁 연합군 연구교서(125쪽 10항 중 8항)’는 “월남에 파병된 한국군에는 미군과 동일한 전투근무 수당을 지급하며 전상자와 월남고용인까지 미군이 지급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한국군은 미군의 월 전투수당 1083달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한국군은 116.99달러(계급별 구분 없이 매월 수령한 평균 전투수당)밖에 받지 않았다고 한다. 차액 966.01달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제2대 주월 사령관 이세호 장군은 2012년 4월18일 안보강연에서 “미군으로부터 100% 수령한 1083달러에서 한국군에게 10%인 116.99달러만 지급했고 90%인 966.01달러는 국고귀속 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국고 귀속자금의 규모는 ‘966.01달러⨉12개월⨉8년(파월 기간)⨉32만명=297억달러’가 된다. 이는 현재의 환율로 계산하면 약 594조원에 달한다. 이 돈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사용됐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안 전 청장은 역시 그 사용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상당액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째의 종자돈은 최태민씨가 관리했던 3000~4000억원의 비자금이라고 한다. 최씨의 아들 최재석씨는 2017년 1월1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994년 5월1일 아버지 사망이후 조사를 해보니 부동산은 대략 1000억원 규모였고 현금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2000~3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안 전 청장은 “최씨의 부인 임선희씨 등이 이 돈을 사채놀이나 저축은행 등을 통해 불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런 천문학적인 종자돈들은 어디에 은닉돼 있으며 어떻게 사용됐는가. 미국 CIA의 조사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있는 한국인의 돈으로 추정되는 자금은 8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부가 대기업과 일반인의 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최고 권력자들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런 엄청난 금액이 산출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자금 중 상당부분이 최씨 일가가 관리해온 ‘박정희-박근혜 비자금’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안 전 청장은 이런 종자돈에 기초한 최씨의 재산은 대부분 독일에서 세 개 그룹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첫째, ‘국세청은 정의로운가(84~87쪽)’에 따르면, 최씨는 1992년부터 유벨이라는 회사를 시작으로 수백 개의 유한회사(GmbH)를 만들어 호텔과 식당 등 부동산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독일광부 출신 유모씨가 관리하고 있으며, 그의 계좌가 조세피난처가 있는 룩셈부르크에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고려대 학맥 중심의 독일 경제인회가 재산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그 대표자격인 양모씨는 삼성 출신으로 ‘최씨의 유력한 조력자’라고 한다. 그가 최씨와 삼성·포스코 간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셋째, 특정종교의 고위인사가 최씨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내 최씨의 일부 재산을 관리하면서 차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페이퍼 컴퍼니에 부동산을 은닉해 재산을 관리하는 등 공생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안 전 청장은 “이렇게 축적된 재산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얼마나 또는 어떤 형태로 회수되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아 어느 정도 규모의 금액인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며 “다만 스위스·헝가리·룩셈부르크·스위스·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 등지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자금 흐름 경로를 따라가면 상당한 부분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76년 박정희 정권 때 스위스에 외환은행 사무소가 개소됐다”며 “이 사무소의 위치가 프레이저보고서에 나오는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가 있었다고 하는 스위스 유니온 은행(USB)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청장은 “스위스 유니온 뱅크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이 같이 있다”며 “여기서 5분 거리에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과 같은 땅값이 비싼 곳에 스위스 외환은행 사무소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최씨의 은닉재산에 대한 조사는 어렵다. 공소시효의 문제와 더불어 조사·수사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특별법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안민석 의원 등 131명의 여야의원들은 지난 7월27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국정농단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설치 ▲누구든지 국정농단 행위자 재산 조사 신청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사항을 압수·수색·검증 ▲불법·부정 축재 재산은 소급해 국가에 귀속한다는 내용이다.

박영수 특검이 “사망자 6명을 포함한 최태민 일가 70명의 재산을 3개월간 추적한 결과 국세청 신고가 기준 총 273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힌 것은 최씨 일가가 국세청에 신고한 개인 명의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불과하며 법인 재산이나 차명으로 돼 있는 부동산과 현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외에 은닉된 재산이 제외됐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이 처리돼 특검이 밝힌 2730억원을 즉각 몰수하고 법인과 차명의 부동산과 현금을 조사해 역시 몰수해야 한다. 해외에 은닉돼 있는 재산에 대해서도 검찰·국세청·경찰·국정원 등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조사·수사를 통해 그 전모를 밝히고 전액 몰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법적인 마무리다. 왜 민주당은 미적거리고 있는가.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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