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기영 기자] 동부그룹이 11월부터 BD그룹으로 거듭난다.

동부는 지난해부터 그룹 CI(Corporate Identity)와 사명 변경을 결정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통한 시장조사와 함께 사내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 올 들어서는 사내 공모를 추진해 그동안 사용해왔던 동부라는 이름을 버리고 동부 영문 이니셜인 DB를 쓰기로 확정하고 현재 특허청 등록 절차를 밝고 있다.

동부의 CI 변경은 그룹의 주력 부문 변경과 회사 이름이 ‘동부’라는 지역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 미륭건설 창업을 시작으로 제철, 농업, 반도체 분야로 사세를 키워 온 동부그룹은 1971년 동부고속을 만들면서 그룹명을 동부로 사용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건설, 제철, 화학 등 주력 사업부문이 매각 되거나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현재는 금융과 전자·반도체 중심의 변했다.

또한 ‘동부’라는 사명이 미래지향적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전직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라는 이름이 갖는 지역 편향성의 오해와 보수적인 이미지 때문에 첨단기업의 이미지를 갖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사명 변경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룹 성격이 금융과 전자, 반도체라는 첨단 분야로 바뀌면서 CI 변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이번 CI변경 과정에서 동부화재와 동부증권의 이름을 시대 흐름에 맞게 현실화 시켰다. 현재 보험업계와 증권업계는 과거에 비해 업무 영역이 확대되면서 화재 이외의 손해보험 전반과 증권 고유의 업무 영역 보다는 투자 관련 업무의 영역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에 신규 설립 기업의 경우 화재보험보다는 손해보험, 증권보다는 금융투자라는 명칭을 사명에 반영하는 추세다. 금감원에서도 이런 확장된 업무 영역에 맞는 사명을 쓰도록 권유하고 있다.

동부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동부가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GE처럼 SK그룹, LG그룹, CJ그룹, KT 등 본래 회사명의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면서 회사의 이미지를 미래 지향적이고 선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많다”면서 “동부그룹 역시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은 선경이란 이름을 쓰다가 1975년부터 회사명 앞에 SK심벌을 썼고 1998년 최종현 회장 서거 이후 그룹명을 SK로 쓰면서 섬유 중심의 이미지를 벗고 통신 화학 등의 확장된 이미지를 갖게 됐다.

LG그룹은 럭키금성으로 쓰다가 그룹 창립 48년인 1995년 구본무 회장 취임에 맞춰 LG로 쓰면서 소비재 중심에서 벗어나 첨단 전자그룹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CJ는 2002년 그룹의 주력을 식품에서 유통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대하면서 제일제당을 CJ로 변경하면서 그룹의 이미지를 바꿨다.

이 외에도 KB국민은행은 2002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1주년을 맞아 아이덴티티 통합 측면에서 CI를 변경했고, KEB하나은행 역시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을 기점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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