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회장 장남 박태영 부사장 서영이앤티 통해 그룹 지배력 확보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하이트진로그룹은 외산 공습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국내 최대 토종주류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주부문은 ‘두꺼비’ 진로와 참이슬을 앞세워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면서 해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맥주부문은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발포주 필라이트를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했다. 이처럼 잘나가는 하이트진로그룹에게도 오너일가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서영이앤티(구 삼진이엔지)는 맥주 냉각기 제조, 판매회사다. 이 회사는 특수관계자인 하이트진로 등의 일감 지원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렸다.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1년 96.18%, 2012년 97%에 달하기도 했다. 계약방식은 수의계약이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28.25%로 급감했지만 여전히 규제 기준인 30%에 턱걸이다. 올해는 2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오너일가의 회사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부사장과 차남인 박재홍 상무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58.44%와 21.62%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또 박 회장과 그의 형 박문효씨가 각각 14.69%와 5.16%를 보유중이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중심의 3세 승계과정에서도 지렛대 역할을 했다. 현재 서영이앤티는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중이다. 박 회장(지분 29.49%)에 이은 2대주주다. 서영이앤티를 통해 박 부사장 형제가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구조다. 사실상 승계구도가 마무리 돼 향후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승계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게된데는 박 회장의 힘이 컸다. 박 회장은 2008년 기업분할 전 하이트진로 지분 9.81%를 보유중이던 비상장사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서영이앤티에 무상 증여했다. 역시 하이트진로 지분 0.49%를 보유중이던 근대화유통도 서영이앤티에 넘어갔다. 하이스코트를 기업분할해 신설법인 삼진인베스트를 남기고 하이스코트를 하이트진로에 팔아 유동성도 확보했다. 이후 특수관계자로 대상이 한정된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재의 수준으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늘렸다. 그만큼 박 부사장의 그룹 지배력도 확대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홀딩스와 서영이앤티의 합병 가능성까지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박 부사장이 2007년 서영이앤티 지분 73%를 인수한 시점이 그가 영국 유학중인 시점이라는 사실도 집중조명됐다. 인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다. 최근 하림그룹 2세 김준영씨의 증여세 자금 마련 방식이 뜨거운 화제가 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현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천명한 만큼 제재 결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공정위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 줄여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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