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피해 적은 관광·문화콘텐츠에서 유통, 화장품, 자동차 등으로 확대
중간·자본재 생산 기업 기술력 높여 세계시장서 우위 점하는 전략 세울 듯

지난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중국의 반발로 ‘달라이 라마 효과’라는 다소 생소한 경제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달라이 라마 효과란 중국이 자국의 이익 내지는 정책에 반하는 국가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한다는 의미이다.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안드레아스 폭스와 닐스 헨드릭 클란 교수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느 나라의 정부 관료가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경우 수출 감소폭은 8.5%, 대통령 급이 만날 경우에는 수출 감소폭이 16.9%에 이른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효과는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의 상황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 보복이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경제보복) 그런 문제가 현실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고,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는 수준이지 실제적 형태로 나온 것은 아니다"면서 상당히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이 관광객 축소와 한류 문화 콘텐츠 분야에 제한적으로 진행되었을 때만해도 이러한 견해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오면서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화장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율이 대폭 감소하면서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의 예를 보면, 정세 악화가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친 부문은 ‘서비스 수출→현지 법인 활동→재화의 무역 순서’로 진행되었다. 초기 단계에는 서비스 수출 및 현지 법인 활동의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등 미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화의 무역과 현지 법인 활동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일간 갈등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경제에 피해가 적은 관광,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제한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와서는 점차 자국의 경쟁력이 높아가는 유통, 화장품, 자동차 등 소비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은 영향을 적게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갖추어 가는대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나온 무역협회 보고서에 보면, 우리 기업들이 생각하는 대중국 수출 경쟁 기업으로 중국기업이 41.5%로 압도적이고, 원부자재 수출기업이 소비재보다 중국 기업과 경쟁이 더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중국의 원부자재 생산 기업이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대두되고 있어 안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자국 기업, 특히 한국 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드는 명분이고, 실질적으로는 수입 대체산업을 육성해서 우리나라와 무역 역조를 개선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우리 기업에 우위를 점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인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간 무역 갈등을 사드 배치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 짚은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달라이 라마 효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복잡한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명심하고 사드 이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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