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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월풀, ‘디트로이트 전철’ 밟나
80년대 미국 소비자, 자국차 서비스·품질 낮자 등돌려
일자리 잃은 노동자 집단 반발에도 일본차 고속 질주
월풀 ‘세탁기 ITC 세이프가드 청원’보다 기술혁신 필요
2017년 10월 12일 (목) 10:59:05 이원호 webmaster@smedaily.co.kr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자동차 중심 도시인 디트로이트 시내 광장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일본산 자동차를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적이 있었다. 일본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미국 노동자들의 분노의 표시였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는 칼럼에서 ‘일본차를 박살내는 것이 미국 사람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를 위해 미국산 자동차 실내에 컵 홀더 하나 설치하는 것이 더 현실적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차에 비해 비싸고 품질과 서비스가 엉망인 미국차를 비꼰 것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 또 다시 ‘일본차 부수기’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ITC(국제무역위원회)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 세탁기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양사 수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미국 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불법행위에 대해 내려지는 반덤핑 조치와 달리 불법행위가 아니라도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발동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이프가드가 최종적으로 발효되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에 관세 등 페널티가 부과된다. 이를 보면서 월풀의 세이프가드 청원은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를 부수는 행위만큼 비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월풀은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에 가전제품 덤핑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덤핑 조사 요구는 그나마 불공정한 행위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이프가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는 것은 월풀이 이제 더 이상 삼성과 LG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

실제로 월풀의 미국 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5년까지 만해도 월풀과 월풀의 관계사인 '메이텍' 그리고 월풀이 수탁 생산하는 '켄모어', 이 3사가 세탁기 시장의 점유율 1~3위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가 점유율 18.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월풀(18.5%), LG전자(16.5%)순으로 나타나 월풀이 자국 소비자들의 선호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 사이트인 ‘베스트바이(bestbuy.com)’에서 ‘세탁기(washing machine)’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비슷한 가격대의 월풀 세탁기에 비해 삼성과 LG 세탁기가 디자인이 세련됐고, 각종 첨단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는 등 성능 면에서도 우수해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당연히 인기 상품 목록에도 삼성과 LG 세탁기가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월풀이 세탁기 시장에서 밀려나는 원인은 기술 혁신 부족과 내부 경영 실패, 그에 따른 미국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 때문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워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내년 상반기 미국 내 삼성(사우스캐롤라이나주)과 LG(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이 완공된 후에는 지금의 점유율마저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지속적인 로비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2016년 미국 자동차 판매 순위 Top10에서 일본 자동차 모델이 여전히 7개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월풀과 미국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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